(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앙숙'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오는 27일 해상 경계 획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미국의 중재로 추진된 해상 경계 획정이 마무리되면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양국의 해묵은 영유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것은 물론, 양국 해상 경계에 있는 동지중해 천연가스전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오는 27일 레바논과 역사적 합의를 할 예정"이라며 "합의를 계기로 지중해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라피드 총리는 이어 "가까운 미래에 이스라엘은 유럽의 주요 가스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가 제시한 지중해 해상 경계 획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최종 획정안에는 860㎢에 달하는 양국 분쟁 수역에 대한 권리를 레바논이 갖는 한편, 이스라엘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해상 경계인 '부표 라인'(Line of Buoys)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영유권 분쟁 해역에 있는 카리시(Karish) 가스전은 이스라엘이, 카나(Qana), 시돈(Sidon) 가스전은 레바논이 각각 개발하게 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측 가스전 개발에서 생긴 수익의 일부를 사용료로 받는다.
레바논 측이 먼저 획정안에 대한 정부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고, 이스라엘은 안보 관계 장관회의 의결을 거쳐 의회 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스라엘 야당 등은 획정안의 의회 신속 처리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공식적으로 전쟁 중인 레바논과 해상 영유권 분쟁 해소를 다음 달 1일 치러지는 총선 카드로 활용하려는 라피드 총리는 오는 27일 획정안을 특별 각료회의에 상정해 최종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양국은 지중해 연안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지난 2009년부터 영유권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6월 분쟁 수역에 있는 가스전에 가스 생산 및 저장 설비를 갖춘 선박을 진입시켰다.
그러자 레바논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해 간접 협상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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