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사냥'과 첩보활동 도운 중국인들도 무더기 기소…美법무장관 "용납못해"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화웨이 수사 정보를 빼내고 기소를 방해하려 한 혐의로 중국의 스파이들이 미국에서 기소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전후해 미 검찰이 이들 스파이를 포함해 중국 정부를 도운 인사들을 무더기 적발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뉴욕 동부연방지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법집행당국 요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내부 정보를 빼돌려 화웨이 기소를 저지하려 한 혐의로 중국인 허가오춘과 왕정을 기소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4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는 구체적인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고 '중국에 본사를 둔 익명의 통신회사'라고만 언급됐으나, 이는 화웨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수사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밝혔다.
검찰은 허씨와 왕씨가 화웨이의 이익을 위해 '중국 정부를 대신해서 미국을 상대로 한 대외 첩보 작전을 수행한 정보 요원들'이라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허씨와 왕씨는 지난 2017년 초부터 스파이 활동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미 법집행기관 소속 관리 한 명과의 관계 구축을 시작했다. 공소장에 'GE-1'이라고만 나온 이 관리는 사실 미국 정부의 이중 스파이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감독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허씨와 왕씨는 이 관리에게 6만1천달러(약 8천8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 화웨이에 대한 미 법무부의 수사와 형사기소에 관한 기밀 정보라고 믿은 자료들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뇌물에는 4만1천달러 상당의 비트코인과 600달러 상당의 보석도 포함됐다.
이들은 화웨이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증인, 추가 기소 가능성, 법원에 제출할 증거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허씨는 검찰이 화웨이에 대한 재판을 준비하던 지난해 여름 'GE-1'에게 뉴욕 동부지검장과의 만남에 대한 세부 내용을 물어봤고, 'GE-1'은 비트코인 뇌물을 받은 뒤 허씨에게 중국에 있는 화웨이 임원 2명의 체포 계획과 검찰의 재판 전략 등을 적은 문건을 전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2018년 HSBC 등 은행들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의 거래에 대해 숨긴 혐의로 화웨이를 처음 기소했고, 2020년에는 미국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려 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역시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과의 사업 사실을 속인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미 검찰은 화웨이 관련 스파이 사건 외에도 다른 두 건의 사건과 관련해 중국인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뉴욕 동부지검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와 범죄 도피자의 본국 송환 계획인 일명 '여우사냥'에 가담한 중국인 7명을 별도로 기소했고, 뉴저지 연방지검은 미국 거주자들을 상대로 중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할 스파이를 모집한 혐의로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 뉴저지에서 기소된 4명 중 3명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이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중국 기업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고 우리의 사법 체계를 훼손하려는 중국 정보요원들의 지독한 시도"라면서 "법무부는 민주주의의 기반인 법치를 방해하는 어떠한 외세의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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