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해외에서 일해 모국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이주노동자들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모국과 현지에서 고물가의 이중 압박을 겪고 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급등한 현지 생활비에 돈을 모으기가 어려워지자 부업이나 야간 근무 등을 뛰어 벌충하거나 심지어 배고픔과 싸우면서 식료품비를 줄여 모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할 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운전 일을 하는 멕시코 출신의 노동자 카를로스 우에르타(45)는 예전에는 1주일에 200달러(약 29만원)를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0달러를 모으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운전뿐 아니라 접시 닦기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지만, 집세가 오르면서 케이블TV를 끊고 과일이나 육류 구입비도 줄였다고 한다.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필리핀 출신 노동자(49)는 가족들에게 보낼 한달 200유로(약 28만원)의 돈을 마련하려고 요즘 식료품비를 줄였다.
하지만 필리핀의 가족들 또한 물가 상승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올해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어렵게 넘어와 식당에서 일하는 이집트 출신 노동자(26)는 모국의 물가가 통화 가치 하락 영향으로 거의 16%나 올라 가족과 자신을 위해 목돈을 모으려는 꿈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학교 버스 운전사로 일하는 소말리아 출신의 모하메드 아덴(36)은 부업으로 우버 운전까지 하면서 버는 월 2천달러의 수입 중 절반을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지만 생활비 부담이 늘어 매년 12월에 해오던 가족 방문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인플레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제 구호활동 단체인 옥스팜의 활동가 맥스 로슨은 "인플레이션이 불평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 충격을 흡수하는 일종의 스폰지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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