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할 곳 아닌 곳 구분작업중…콘텐츠 관련계열사 비중 57%로 높아져"
눈총받은 '골목 확장' 대신 '콘텐츠 해외공략'에 진력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서비스 장애 사태 여파로 올해도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약속이다. 24일 밤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 그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렇게 공언했다.
4천700만 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시가총액 60조 원을 넘나드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으면서도 해외 경쟁력 제고보다 내수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는, 오랜 지적에 대한 반성문이기도 하다.
사실 김 센터장은 작년 10월 과방위 국감에서도 골목 상권 침해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배달업, 미용실 등 골목 내수 사업에서 손 떼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장애 사태로 그 약속이 무색해진 감이 있다.
이번엔 그의 언약이 지켜질까. 장애 사고 이후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태도와 발언을 보면 과거와 사뭇 달라 보이긴 하다. 한층 몸을 낮춘 채 분골쇄신을 연일 외치는 모습이다.
카카오 관계자들은 25일 "이번만큼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일제히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이번 사태를 오히려 내수에선 상생을, 밖에선 글로벌 콘텐츠 강자를 추구하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카오 측은 지난해 김 센터장의 '글로벌 플랫폼 선언' 이후 지금까지 집중해야 할 분야와 그렇지 않은 사업을 분류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류 작업 속도를 부쩍 높였으며, 미용실 사업을 비롯한 논란이 됐던 사업도 이미 정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미 장난감 도매, 꽃 배달 서비스 등은 이번 장애 사태 이전에 철수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카카오는 공동체 간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계열사 간 통합 등을 지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신수종 사업으로 집중할 대표 분야로 카카오가 꼽은 것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다 보니 소규모 스튜디오나 스타트업 인수는 여전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김 센터장이 지난해 국감에서 한 '몸집 줄이기' 약속은 수치로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기준 136개였던 카카오 계열사 수는 25일 기준 128개로 8곳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만, 카카오가 내수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해외 콘텐츠 소비자의 주머니를 주 수익원으로 노리기 시작하면서, 계열사 중 웹툰,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 관련 계열사 비율이 57%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지난 상반기 공개한 기업집단설명서를 통해서도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다수의 영상 제작사, 웹툰·웹소설 콘텐츠 제공사, 매니지먼트사, 게임 제작사 등을 포함하는 생태계를 구축 중"이라고 했다.
다만 이들 콘텐츠 사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앞으로도 한동안 카카오를 먹여 살리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가 여전하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서비스 장애 사태에서 온종일 피해를 본 택시 기사, 대리기사에게 카카오가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제시한 보상액은 각각 7천550원, 4천560원에 그쳤다"고 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장애 사태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광범위한 보상을 촉구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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