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끌'서 청약시장으로 분산하나…역차별 우려도"(종합)

입력 2022-10-26 16:56  

"2030 '영끌'서 청약시장으로 분산하나…역차별 우려도"(종합)
공공 50만호 공급 발표에 "청년선택지 확대엔 긍정적" 반응
장기 공급 시그널 바람직…입지별로 양극화·쏠림현상 심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26일 내놓은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간 청약시장에서 소외됐던 미혼 청년의 선택지가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제로섬 게임' 구조의 청약 시장에서 특정 계층을 우대하는 정책은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향후 5년간 공공분양 50만호를 공급하되 이 중 68%인 34만호는 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해 청년층에게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3가지 공급 형태로 나눠 맞춤 주거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분양 청약제도도 개편해 중소형 평형에는 추첨제를 도입하고, 대형평수는 가점제 비율을 확대한다.

◇ 매매시장 수요, 청약시장으로 분산 전망…쏠림현상은 심화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주택시장 회복기 집값 재불안이 일지 않도록 장기적 공급 시그널을 줬다는 점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일부 유효수요가 풍부한 인기 입지는 청약수요가 집중되는 쏠림현상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과 분양시장 경기에 예민한 주택 개발 환경상 금리 인상의 종료와 경기 위축 우려 등이 해결되지 않고선 민간부문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청년층이 선호할 도심 내 공급 입지의 구체화와 대기수요가 풍부한 선호지역의 택지발굴로 꾸준히 청약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이디어로만 제시됐던 내용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급물량 50만호 중 이번에 제시한 1만여호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지금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지역 부동산 시장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이나 수도권 등 선호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특별공급 신설과 민간분양 청약에서 중소형 평형에 추첨제를 확대하는 청년 주거 안정 대책에도 주목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으로 2030 수요가 청약시장으로 분산되면서 매매시장 쏠림 현상과 '영끌'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결국에는 자금조달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될지 관건"이라고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공급 형태를 세 가지로 세분화했고 초저리, 모기지 대출 등 금융 지원 내용도 구체화한 점은 정부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제는 공급되는 지역의 입지 조건에 따라 호불호가 갈려 선호 지역에만 청약 신청이 쏠리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청년배려 취지는 좋지만…역차별 일지 않게 정교한 방식 필요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기존 가점제 중심 청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청년층에 대한 배려를 대폭 늘린 것을 두고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방식은 정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 주택공급 목표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 배려는 좋지만, 가점제는 결국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이 많은 이들을 배려하겠다는 취지인데 이 제도를 자꾸 허물면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신규 신설 유형인 선택형·나눔형 공공분양 청약 제도에 미혼 청년 특공을 신설했고, 일반형에도 추첨제를 확대했다.
또 민영주택 청약제도를 개선하면서 그동안 가점제 100%로 공급했던 투기과열지구 85㎡ 이하 중소형 평수에 대해서도 추첨제를 신설했다. 대신 3∼4인 가족 중장년층 수요가 많은 85㎡ 대형평형에는 가점제를 기존 50%에서 80%로 확대해 청약제도를 세대별 수요에 맞게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미혼 청년, 즉 1인 가구 주거 대책을 세운다고 하면서 전용면적 84㎡까지 포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40㎡ 이하 초소형 평수를 두 채 지어 수혜자 폭을 넓히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지 자산증식 기회까지 공공이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약아파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돼 당첨과 동시에 확정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므로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맡고 수혜범위도 상대적인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돼야 한다"며 "청약은 구조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청약제도 조정은 결국 배분비율의 조정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청년층 공급 비중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청년 주거에만 집중한다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또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 공공분양 물량으로 36만호를 공급하기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등도 남은 숙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공급형태별 조건·이점 따져보고 접근해야
달라진 청약제도에 따른 전략적 접근도 중요해졌다.
공급 형태가 나눔형(시세 70% 이하 분양, 시세차익 70% 보장), 선택형(6년간 거주 후 분양 여부 선택), 일반형(시세 80% 수준 분양) 등으로 구분됐고, 추첨제 비율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조건에 맞게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초기 자금이 부족하고 실거주 후 매각 차익을 통해 향후 다른 주택으로 교체할 목적이라면 '나눔형' 유형을 선택하되, 5년 실거주 후 경기변동을 고려해 적절한 환매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택형'은 최초 분양 시 공공이 제시한 추정분양가가 낮은 곳이나, 입주 후 6년 차 등 비교적 이른 시점에 분양전환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일반형은 84㎡ 등이 공급 대상에 포함되므로 가구원 수가 많은 이들이 도전하는 것이 좋고, 알짜 입지라면 정부와 시세차익을 나누거나 월세 등 임대료 부담이 없는 일반형 청약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상황과 자신의 여건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주택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면 시세차익을 정부와 나누더라도 나눔형을 선택해볼 수 있고,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면 거주해본 뒤 분양받을지 결정할 수 있는 선택형을 노려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대형으로 갈아타기를 노리던 4050 세대도 투기과열지구에서 84㎡ 추첨제 물량이 생긴 만큼 중형 평수도 선택지에 놓고 봐야 한다"며 "주택보유자, 미혼이거나 부양가족이 없는 이들은 추첨제를 노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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