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스라엘이 '앙숙' 레바논과 해상 경계 획정안에 공식 사인하기도 전에 분쟁 해역 내 가스전 개발에 착수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25일(현지시간) 해상 가스전 개발을 대행하는 영국업체 '에너지안'의 카리시 가스전 개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리시 가스전은 이스라엘 북서부 지중해 도시 하이파에서 약 80㎞ 떨어진 해역의 가스전이다. 양국은 이 해역 등의 영유권을 놓고 장기간 다퉈왔다.
에너지부는 이 허가로 에너지안이 가스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식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안도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았고 해상시추선이 곧 가스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식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달 초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 특사가 제안한 해상 경계 획정안에 동의한 상태다.
획정안은 카리시 가스전을 이스라엘이, 카나 가스전은 레바논이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카나 가스전 개발 수익도 일부 받기로 했다. 이 가스전에 이스라엘 쪽 해역이 일부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해상 경계 획정안에 대한 양국의 공식 합의 타결식은 27일 레바논 나쿠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스라엘 해상 가스전 개발은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고전 중인 유럽이 새로운 가스 공급원을 확보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외신들은 11월 1일 선거를 앞둔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가 가스전 개발을 총선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 허가를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라피드 총리는 성명에서 "카리시 가스전 생산은 이스라엘의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에너지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해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경제에도 힘이 되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대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라피드 총리는 영유권 획정안을 의회가 승인해야 한다는 야권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양국은 지중해 연안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2009년부터 영유권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중 여러 차례 협상도 시도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난 6월 분쟁 수역에 있는 가스전에 가스 생산·저장 설비를 갖춘 선박을 진입시켰다. 여기에 레바논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