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최근 추측성 기사들 나와…특정 방안·시한 정해놓지 않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박성진 특파원 = 한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 문제의 해법으로 패소한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한국의 재단이 대신 내는 방안에 대해서 협의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에 대해 재단에 자금 거출(갹출)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아사히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가 애초에 (일본 기업의) 배상을 대신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여론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해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모아 배상을 대신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측은 그동안 외교 당국 간 협의에서 옛 징용공(강제노역 피해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배상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에도 일정한 부담이 필요하다고 전달했으며 양사가 배상액과 같은 금액을 '기부' 등의 명목으로 거출하는 안을 물밑에서 타진했다"고 전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일제강제동원피해·희생자·유족에 대한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2014년 설립됐다.
신문은 "재단 출연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경제협력금을 사용해 성장한 한국 기업이 포함돼 있어 한국 정부는 징용공에 대한 구제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후 한국 매체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언론에 강제징용 관련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특정한 방안과 시한을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전날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90분 동안 회담한 뒤 만찬까지 하면서 오랜 시간 대화했다면서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아사히신문의 징용 관련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도 전날 한일 외교차관 회담 후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이행할 방법 등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위변제나 이른바 '병존적 채무 인수' 방안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를 놓고 집약해서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병존적 채무 인수'는 강제동원 채무자의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되 제3자가 새로이 동일한 채무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당국자는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것들이 일본에 충실히 전달됐다"며 "일본에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사히는 이날 "윤석열 정권이 낮은 지지율에도 한일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평가하며 "조속히 문제 해결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11월로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 등 일련의 국제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에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잇달아 열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9월 뉴욕 한일 정상회담 이후 다시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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