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동년배에 투자은행·벼락출세·실용주의 공통점
우크라전·에너지난 등 서방 핵심동맹국 협력 필요성
영불해협·북아일랜드 둘러싼 브렉시트 여진은 리스크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리시 수낵(42) 영국 신임 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최근 수년간 영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앙숙' 프랑스와의 관계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툭하면 에마뉘엘 마크롱(44) 프랑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전임자들과 달리 수낵 총리는 상대적으로 더 세련된 태도를 갖춘데다, 두 정상 모두 40대 초반이라는 공통점 등에 비춰보면 이들이 향후 외교 무대에서 '브로맨스'를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수낵이 프랑스와 영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양국은 2010년 1월 단행된 '브렉시트' (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놓인 영불해협의 근해 어업권을 놓고 지난한 샅바싸움을 이어왔다.
여기에 작년 11월 프랑스 북부 해안가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작은 고무보트가 침몰해 임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7명이 사망한 참사의 책임을 놓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공개 설전을 벌이며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WP는 지난 8월 존슨 내각에서 외무장관직을 수행하며 차기 보수당 당수로 떠올랐던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프랑스는 친구인가 적인가'라는 물음에 "곧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을 상기시키며 "당시 영불 관계가 바닥을 찍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수낵 총리는 전임자 두 명보다 마크롱 대통령과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수낵 총리는 42세, 마크롱 대통령은 44세로 같은 연배다.
투자은행가 경력, 정계 입문 수년 만에 행정 수반에 오르며 벼락 출세한 이력, 종종 후드티를 즐겨입는 모습 등이 닮은 데다 심지어 키도 얼추 비슷하다.
프랑스의 정치분석가인 니콜라스 둥간은 "두 사람 모두 실용적인 정치인이며, 이념적인 측면이 덜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을 두고 최근 영국 주간지 스펙테이터가 "마크롱과 수낵이 아름다운 브로맨스로 향할까"라는 헤드라인을 뽑아 전망 기사를 내놓을 정도라고 WP는 소개했다.
8개월째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난 등 직면한 과제를 헤쳐나가려면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멤버인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다.
프랑스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피터 리키츠는 "양국 정책 방향에 간극이 여전하다"면서도 "수낵이 마크롱과 잘 지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낵에게는 존슨처럼 타국 정상을 조롱하고 헐뜯는 버릇이 없다"며" 훨씬 공손하고 진중한 정치인"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자크 들로르 연구소의 엘비르 파브리 선임연구위원도 수낵 총리의 취임에 대해 "엘리제궁이 반길만한 소식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국방 이슈에서 이들이 잘 협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수낵 총리를 향해 "당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다만 영불해협 조업권, 난민 수용, '북아일랜드 협약' 등 양국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있어서는 긴장 관계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아일랜드 협약이란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영국령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기고 국경 개방을 유지하는 내용인데, 영국이 이후 이를 일방적응로 폐기하는 법안을 추진하며 EU와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정치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 이같은 정치적 리스크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며 "유럽 동맹국과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경제적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영국 회복의 열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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