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산전-다원시스-현대로템順…2단계 규격·가격분리입찰제 여파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전동차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견업체들이 독보적 1위로 알려졌던 대기업을 제치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7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우진산전은 202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1조1천945억원을 수주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주 점유율도 53%에 달한다.
또 다른 중견업체 다원시스도 같은 기간 7천317억원을 수주해 32%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유일한 대기업인 현대로템[064350]은 우진산전 수주액의 3분의 1 수준인 3천412억원(15%)을 수주하는 데 그치며 가장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다원시스 수주액과 비교해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현대로템이 2017년까지 국내 전동차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현대로템과 다원시스, 우진산전은 2015∼2017년 각각 7천848억원, 2천314억원, 792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후발주자였던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현대로템을 제칠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재 철도 조달시장에 적용 중인 2단계 규격ㆍ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가 큰 역할을 했다.
이는 1단계 평가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고, 2단계 평가에서 가장 낮은 가격만 제시하면 기술력과 적기 납품에 대한 보장이 부족하더라도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다른 업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수주를 휩쓸면서 현대로템은 2020년 서울 9호선 48량, 2021년 대구권 광역철도 18량, 충청권 광역철도 16량을 계약하는 데 그쳤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2단계 규격·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가 저가 수주를 유도해 업체 간 출혈경쟁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철도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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