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회복에 초점…새 긴축의 시대 개막하나
연금·사회수당 인상 제동…국방예산 증액 원위치
셰일가스 시추도 금지…'수낵표 경제정책' 내달 17일 공개
(파리·서울=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가 본격적인 집무 시작과 함께 리즈 트러스 전임 총리의 유산부터 모조리 폐기하고 나섰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수낵 정부는 26일(현지시간) 첫 내각 회의에서 연금·사회수당 인상, 국방예산 증액, 셰일가스 시추 허용 등 트러스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을 거의 모두 버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트러스 정부가 추진한 재정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어 시급한 현안인 재정건전성부터 회복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트러스 정부는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규모 감세까지 추진하다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 국채금리 상승, 국가신용도 불안 등 영국 경제에 충격을 초래한 뒤 퇴출됐다.
수낵 정부는 먼저 연금을 물가상승률, 평균 임금상승률, 2.5% 가운데 높은 수치에 맞춰 매년 조정하는 '트리플 락'(Triple lock)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회복지제도에 따른 수당·보조금을 물가상승률에 맞추겠다는 트러스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로 도마 위에 오른다.
수낵 총리의 대변인은 이 같은 사안이 내달 17일 발표될 예정인 예산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국방예산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으로 확대하는 트러스 정부의 계획에도 신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의 국방예산 권고치는 GDP 대비 2%이다. 기준선에 머무는 방안도 연금, 사회수당 인상 억제와 더불어 국고를 아낄 수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프래킹(수압파쇄공법)을 통해 셰일가스를 추출하겠다는 트러스 정부의 인프라 경기부양책도 철회된다.
수낵 총리는 프래킹 금지는 자신의 과거 공약인 만큼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수일 내에 프래킹 금지를 새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수낵 총리의 대변인은 환경, 보육 등 8개 영역을 대상으로 한 트러스 정부의 탈규제 개혁안도 폐기된다고 확인했다.
트러스 정부는 감세, 규제완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공급중시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수낵 정부가 경제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공약으로 내세웠던 증세안은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트러스 전 총리와 달리 올해 7월 총리 경선 때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낵 총리의 대변인은 트러스 정부가 철회한 국민보험(NI) 인상도 의회에서 의결된 만큼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영국 관리들을 인용해 수낵 정부의 새로운 조치에 따라 향후 4년간 예산이 최소 7.8% 절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영국 경제와 사회에 깊은 변화를 몰고 온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 시절과 긴축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낵 총리는 각종 개혁안을 담은 중기 재정 전망 발표를 이달 31일에서 다음 달 17일로 2주 반 미뤘다.
이번 재정 계획에는 400억 파운드(약 65조원)로 추산되는 재정 부족분을 메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영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든 트러스 전 총리 때와는 달리 예산정책처(OBR)의 예측이 포함된다.
수낵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올바른 결정이 중요하고 내각과 그런 결정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공공 재정을 투입하고 중기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갈 방법을 명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제레미 헌트 재무부 장관은 최근 경제 전망을 고려한 계획을 발표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헌트 장관은 "우리가 내릴 몹시 어려운 결정들이 오랜 세월에도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예산안 연기와 관련해 수낵 정부가 영국의 경제전망이 개선됨에 따라 광범위한 대책의 일부에 대해 후퇴하거나 취소할 수 있을지 재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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