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론 기업간 로열티 문제…소송으로 다른 활동 못하는 건 아냐"
워싱턴서 원자력 각료급 회의 참석…정부 원전 확대 정책 소개 방침
IAEA 사무총장 "내일 안보리에 자포리자 원전 주변 안전지대 설정 재요청"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을 상대로 지식재산권(지재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 원전 수출에 미칠 영향과 관련,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오 1차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5차 원자력 에너지 각료급 회의' 중에 기자들과 만나 "상대 국가에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한수원이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폴란드 원전 수출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에 자사 기술이 적용됐다며 한수원 등이 이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APR1400이 웨스팅하우스와 관련돼 있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할 때는 양국 기업들이 협의해서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3대 핵심 기술(원전 계측제어시스템·원전 설계 핵심 코드·원자로 냉각재 펌프) 사용에 대해 인정을 했고 그래서 그렇게 한 것인데 그 이후에 우리는 핵심기술을 자립화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자 기술로 가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고 웨스팅하우스는 원래 이전 기술에서 (해당 기술이) 유래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입장차가 있어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기업 간의 문제"라면서 "만약 (미측) 기술을 사용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로열티 등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소송 기간 사업 논의 자체가 중단되느냐는 질문에는 "소송이 됐다고 다른 활동을 못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소송은 걸린 것이고 어떻게 한수원이 어떤 전략을 가져가서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라고 말했다.
오 1차관은 미국의 원전 기술 수출 통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수출 통제상 체코와 폴란드는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라면서 "만약 미국의 주장대로 미국의 기술이 사용된 것이면 사후에 수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있다. 사전 허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미측 기술일 경우 사후에) 보고하는 문제가 있고 기술을 쓰는 것에 대한 비용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1차관은 "소송을 하면 굉장히 오래 걸린다"라면서 "기업 간의 문제이자 기술이 포함됐느냐 안 됐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간에는 원자력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협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은 소송보다는 협의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폴란드나 체코도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느냐. 우리 쪽에서 어떻게 할지 산업부를 통해서 그런 것들이 검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원전 수주가 물 건너간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폴란드에서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외교부를 통해서 어떻게 왔는지는 제가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기본적으로는 기업 간 분쟁이지만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을 빠르게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오 1차관은 각료급 회의에서 ▲ 신규 원전 건설 재개 ▲ 기존 원전 계속 가동 추진 ▲ 에너지 부문에서 원전 비율 30% 이상으로 확대 ▲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용량 30만㎾급) 개발 계획 ▲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2017년 열린 4차 회의에서는 당시 정부의 기조에 따라 원전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원전 정책 기존에 변화가 있어서 원자력 확대 등 변화된 정책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은 한반도 및 전 세계 평화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국제 사회와 협력을 강조하고 원자력 안전, 핵 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토대를 다지기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할 것임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확산 강조가 최근 한국 내 전술핵 논의와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입장으로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오고 있는 워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의 21세기 원자력 에너지 각료급 회의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갖는 장점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시작됐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에서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에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 조명되고 있다.
이날 개회해 28일까지 워싱턴 DC에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국가별로 원전 정책 관련 발표 외에 ▲ 저탄소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한 넷 제로(net zero·탄소 중립·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 이 되는 것을 의미함) 달성 ▲ 원자력 보급 확대를 위한 여건 조성 ▲ 기존 원전의 청정에너지 기여 확대 등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도 진행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과 관련, "우리는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한다"면서 "내일(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방문해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조속히 안전지대를 설정하는 것을 재차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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