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래블 모빌리티 플랫폼 '무브' 최민석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어디론가 가는데 필요한 일련의 교통편을 하나의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이왕이면 '쇼퍼'(수행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싶다.
자유여행이나 출장 등 다양한 이유로 국내외 각지의 목적지로 가야 할 때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한다면 모를까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여행객은 전문업체에 의뢰하거나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일일이 뒤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다양한 수요층으로 구성된 '모빌리티'(Mobility·이동 서비스) 시장에 여전히 틈새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2015년 설립된 모빌리티 플랫폼 무브는 그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이다.
해외 자유여행이나 출장, 골프장·병원 방문 등을 위한 이동 단계별 교통편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예약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VIP 대우를 받으며 이동한다'(Move as a VIP·MOVV)는 뜻의 사명(社名)이 시사하는 것처럼 무브는 고객의 이동 경로를 고급스럽게 커버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지향한다.
최민석(46) 무브 대표를 지난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삼성맨에서 창업가로…"새 모빌리티 플랫폼 필요"
최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에 17년간 몸담았던 '삼성맨'이다.
회사 지원을 받아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로언(Sloan)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각종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과 인수합병 업무 등을 하면서 스마트폰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러면서 또 다른 형태의 큰 사업 기회가 올 텐데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이 대목과 관련한 최 대표의 말이다.
"그랩(동남아시아권 최대 테크기업)이나 우버, 카카오 같은 택시 기반 서비스가 아니면서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운전할 수 없거나 운전하기 싫을 때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렌터카, 그리고 열차 같은 이종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새로운 형태의 트래블 모빌리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최 대표는 해외로 나가거나 국내에서 KTX를 타고 지방으로 장거리 이동할 때 적절한 후속 교통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그런 불편을 해결해 주는 플랫폼 기업으로 무브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렌터카 면허를 보유한 법인만 무브 플랫폼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우버의 경우 유상 운송 자격 문제를 놓고 각국에서 택시업계와 충돌했지만, 렌터카 업체들과 제휴하는 무브로서는 법적인 논란에 휘말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무브는 국내에선 택시업계를 배려한 이른바 '타다금지법'에 맞춘 사업을 하고 있다.
운전기사가 함께하는 렌터카 서비스의 경우, 골프장을 가거나 할 때 등 6시간 이상 이용하거나 타다금지법 적용의 예외가 인정되는 공항을 목적지로 하는 경우 등으로 한정해 설계한 상품만 내놓고 있다.
무브가 출시한 주요 서비스의 하나인 병원 이동은 최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한 서비스다.
"제 고향이 경북 안동인데 부모님께서 편찮으시면 서울의 큰 병원으로 오시게 합니다. 삼성전자에 다닐 때는 휴가를 얻어 제 차로 부모님을 모시곤 했어요. 택시 타고 오시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최 대표는 떨어져 사는 자식들이 병원에 가야 하는 부모님을 자신의 차로 모시는 것처럼 해준다는 취지로 도입한 것이 렌터카에 기사가 붙는 병원 이동 서비스라고 말했다.
◇ 코로나19 위기, 도약 기회로 삼아
통상 개별적으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가정하면 항공권과 현지 숙소(호텔)를 먼저 예약하게 된다.
항공편과 호텔은 대체로 온라인으로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해외 현지 교통편은 도착 후 택시를 잡거나 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게 현실이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현지 교통편이 확보돼 있어야 개별 여행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목한 것이 렌터카라고 했다.
"동남아나 중국 등 해외에선 면허 문제 등으로 렌터카를 직접 운전하기가 어렵습니다. 택시를 타는 것도 불편한 점이 많죠. 그런데 현지에는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어요. 그 서비스를 담는 플랫폼이 없다 보니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겁니다."
최 대표는 이런 현실에 착안해 기사 동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터카 업체들을 사업 파트너로 묶었다.
무브의 해외 파트너사들이 차량 및 담당 운전기사 정보를 직접 입력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PMS·Property Management System)을 통해서다.
개인 고객이나 여행사 등 법인 고객은 PMS가 탑재된 무브 앱이나 별도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렌터카 차량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항공편과 호텔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에어텔 예약 서비스를 현지 교통편까지 아우르는 에어카텔 서비스로 확장한 것이다.
2019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골프 여행객을 중심으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와 대만에서 먼저 시작된 이 서비스는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초기에 잘 나가던 사업은 2020년 들어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개점 휴업 상태에 빠졌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플랫폼을 가다듬어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발굴하는 기회로 활용해 도약의 큰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무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도시 기준으로 미국령 괌·사이판을 포함해 12개국의 60여 곳이 됐다.
국가로는 미국 외에 동남아 주요국과 일본, 중국이 포함된다.
PMS를 통해 무브 플랫폼에 들어온 렌터카 규모는 현재 1천 대 수준인데,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것이 최 대표의 야심이다.
무브는 글로벌 철도 티켓 및 패스 배급사인 레일유럽과 유럽 최대의 렌터카업체 식스트(Sixt)와 최근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이에 따라 유럽 지역의 이종 교통수단을 묶어 예약할 수 있는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Maas)를 이르면 연내에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최 대표는 유럽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북미, 아시아, 유럽 등 3대륙 교통편을 단일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초기 사업 무대는 동남아…검증 후 국내로
무브는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한 뒤 국내에서도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이채로운 점이다.
2019년 동남아권을 타깃으로 론칭된 무브 서비스는 현재 국내에선 다소 변형된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자사를 혁신형 파트너로 선정한 코레일과 제휴해 KTX와 공유 차량인 그린카 또는 모범택시를 묶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 대표는 이 서비스로 KTX와 후속 교통편을 한꺼번에 예약하고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골프를 즐기는 사람을 중심으로 렌터카 기반의 무브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라운딩 마치고 지인들과 함께 마음 편하게 술 한잔하고 싶지만, 운전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리기사를 부르거나 하는 일 없이 전속기사가 모는 차 한 대로 편하게 골프장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브 서비스 이용료는 대체로 콜택시 요금보다 비싼 편이다.
수도권 골프장 방문 기준으로 10시간 이용하면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행료 같은 부대 비용을 합쳐 대략 25만~30만원 선이라고 한다.
최 대표는 서비스의 질을 고려하면 오히려 싸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재이용 고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우리 사회 가치 높이는 일, 스타트업의 매력"
최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을 설득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든든한 직장을 그만두고 리스크가 큰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달갑게 여길 리 만무했던 것이다.
최 대표는 그러나 최근 들어 사업이 안정화되는 걸 보고는 부모님의 걱정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창업한 동기를 물으니 "(창업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더라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작지만 어떤 새로운 서비스로 우리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데 좀 기여할 수 있는 점이 스타트업의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지 전체 팀원이 40명 규모인 무브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약 70억원의 민간투자를 받고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지원 자금으로 2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내년에 올해의 3배 이상인 100억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최 대표의 포부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누구나 이용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무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트래블 모빌리티 기반으로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연계하고 기존 플랫폼에 쇼핑을 더한 모빌리티 커머스로 확장해 우버를 뛰어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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