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삼중고에 실물·금융위기 상황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입력 2022-10-27 18:14  

[연합시론] 삼중고에 실물·금융위기 상황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속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총 50조원 규모의 맞춤형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이 허용되는 등 침체한 주택거래 시장을 정상화하고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금융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이번 조치로 '돈맥경화' 현상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지, 집값 하락이 본격화한 상태에서 주택 거래는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이례적으로 TV 생중계를 통해 회의 전 과정이 공개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수출 활성화가 복합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핵심 방안이라는 인식에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해외 건설, 중기·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개 분야 활성화 방안을 80분 동안 논의했다. 이와 별도로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증권사·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약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실물 경제 위기와 금융 위기가 함께 밀려드는 상황에서 열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1.4% 감소한 10조8천520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60.3% 감소한 1조6천556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 우려에 대응한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 발표에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 급등세가 꺾이지 않는 등 시장이 좀처럼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 장외 채권시장에서 DB금융투자가 보증한 만기가 2일 남은 스펠바인드제16차 ABCP가 금리 20%에 거래됐다. 최근 며칠 사이에도 일부 ABCP는 10%대 후반대 금리에 시장에 나왔다. 한 애널리스트는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럽다는 것의 한 단면"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성장 폭은 올해 1분기(0.6%), 2분기(0.7%)보다 낮아졌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3분기 성장률을 견인했지만 순수출은 성장률을 1.8%p 끌어내렸다. 4분기에도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이 좋지 않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한국은행이 5%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경우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꺾이지 않고 소비자·기업 심리가 악화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국내외 주요 사업장과 글로벌 시장을 둘러본 소감으로 "절박하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미 닥쳐온 3중고에 금융·실물 경제 위기라는 파고가 넘실대는 상황이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를 되새기며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바란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헛발질은 금물이다. 영국에서 '제2의 철의 여인 대처'를 꿈꾸던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취임 7주 만에 물러나며 영국 역사상 최단명을 기록했다. 그만큼 경제 정책은 파장이 엄청나다. 최근 시장에서는 '돈맥경화'로 인해 우량 기업도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당국은 장기적인 복합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해 자금 경색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기업이 나오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기를 희망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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