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어 직접 불만 표명…나이지리아는 미 경고에 보안 강화 '대조적'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직접 나서 자국 금융중심가에 대한 테러 경보를 낸 미국을 비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AFP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남아공을 국빈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날 미 대사관이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의 샌튼지구에서 29일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데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반응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미국이 자국과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테러 경보를 낸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남아공 정부가 아닌 다른 정부가 우리 국민들을 패닉에 빠지게 할 이런 경보를 내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남아공 대통령실은 앞서 미 대사관의 테러 경보에 대해 "미국이 미국인들에게 하는 일반적 관행"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어떤 위협이 있으면 남아공 정부가 가장 먼저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 시민권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위험을 미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아공 현지매체 뉴스24는 익명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토요일인 29일에 샌튼지구에서 열릴 게이 행사인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남아공의 유대계 코미디언 공연이 잠재적 테러 타깃이 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라이드 주최 측은 사설경비 등을 고용해 행사를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2년 동안 중단됐다가 처음 열리는 것이다.
남아공에서 가장 부유한 샌튼지구는 다국적 기업 본부와 금융기관, 대형 쇼핑센터가 몰려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과 현지인이 나들이하는 곳이다.
앞서 지난 2016년에도 미국과 영국은 비슷한 안전 경보를 내 남아공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수년간 남아공에서 테러 위협이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이날 미국이 고조된 테러 위협을 이유로 외교관 가족들에게 수도 아부자에서 떠나도록 지시한 데 따라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테러 위협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난 6개월 새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대원들이 수도 근처에서 몇몇 공격을 가한 바 있다.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준동은 대부분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동북부 지역에서 벌어졌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아부자를 중심으로 경계를 고도로 강화하는 한편 600만 시민들에게도 경각심을 갖되 패닉에 빠지지 말도록 당부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아부자에서 대사관 가족과 비필수 직원의 소개령을 발동했으며 마침 아부자의 한 주요 쇼핑센터인 자비 레이크 몰도 불특정 안전상 이유로 일시 폐쇄됐다. 아부자는 지난 23일부터 몇몇 서방 대사관이 고조된 위협을 이유로 여행 권고사항을 바꾸자 긴장된 상태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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