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시 취지 안 맞아 상영 불허"…작가 "재일코리안 차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도쿄에서 진행 중인 전시회에서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피해를 다룬 영상작품의 상영이 불허되자 작가가 반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야마 유키(飯山由貴) 씨가 도쿄도가 자신의 기획전에서 영상작품 상영을 허가하지 않자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일 코리안의 차별에 근거한 악질적인 검열"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야마 씨는 도립 시설인 '도쿄도 인권플라자'에서 8월 30일부터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 전시는 11월 30일 종료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가 된 작품은 일본 국제교류기금 온라인 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 이야마 씨가 지난해 제작한 '인 메이트'(In-Mates)다.
1930∼1940년 도쿄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조선인 환자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일 한국인 래퍼가 환자의 갈등을 표현했다. 작품에는 학자가 조선인 학살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도 담겼다.
도쿄도 직원은 이 작품의 상영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인권플라자 담당자에게 고이케 지사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학살을 사실로 한 영상을 사용하는 것이 걱정된다"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작품 상영이 불허됐다.
우익 성향을 보여온 고이케 지사는 2017년 이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야마 씨는 "고이케 지사의 역사를 부정하는 태도가 차별을 선동한다"고 주장하며 사죄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도쿄도 담당 부서는 고이케 지사와 마찬가지로 장애자와 인권이라는 기획전 취지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이 상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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