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둔기 들고 침입해 "낸시 어딨어"…경찰 "의도적 범행"
괴한에 붙들린 의장 남편, 몰래 911 눌러 경찰출동 유도
"펠로시 의장 남편, 두개골 골절 등 중상…수술후 회복 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82) 미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82)를 공격해 중상을 입힌 괴한의 소셜미디어는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QAnon) 등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하이츠의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펠로시 부부의 자택에 둔기로 무장한 40대 남성이 침입했다.
그는 건물 뒤편 접근로를 통해 내부로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BBC는 현장을 찍은 영상에 유리문이 깨진 장면이 잡혔다고 전했다.
마침 집에 머무르다 무장한 괴한과 대면한 폴은 잠시 욕실을 쓰겠다고 말한 뒤 몰래 스마트폰으로 911에 전화를 걸었다.
현지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통화 중' 상태로 놓인 전화기 너머로 폴과 괴한이 나누는 대화를 들은 911 요원이 경찰에 상황을 전달하면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빌 스콧 샌프란시스코경찰서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를 확인하면서 이날 새벽 2시 27분께 경찰관들이 펠로시 부부 자택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관들이 실내에 돌입했을 때는 폴과 둔기를 사이에 놓고 몸싸움을 벌이던 괴한이 막 무기를 빼앗아 휘두르던 차였고, 폴은 최소 한 차례 이상 둔기에 가격당했다고 스콧 서장은 덧붙였다.
조사결과 폴을 공격한 괴한의 신원은 44세 남성 데이비드 데파페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펠로시 의장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데파페는 "낸시 어딨어"라고 외치며 펠로시 의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다가 펠로시 의장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폴을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서장은 "(이번 침입은)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데파페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체포됐고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상세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개골이 골절되고 오른팔과 양손에 심한 상처를 입은 폴은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펠로시 하원의장 측의 드루 해밀 대변인은 남편이 현지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의료진은 완전한 회복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당시 워싱턴 DC에 머무르던 펠로시 의장은 사건 직후 비행편으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해 현재 남편과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데파페의 소셜미디어와 블로그 계정이 반유대주의적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 주장 등 극우 음모론 관련 콘텐츠로 채워져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올린 게시물들은 다양한 극우, 극단주의 논점과 관련한 것들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도 최근 데파페가 페이스북에 코로나19 백신과 2020년 대선,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과 관련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지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데파페가 녹색당 소속의 나체주의 활동가이기도 하다고 전했고, 글로브앤메일은 데파페가 캐나다 서부에서 자라다 가족들과 헤어져 미국으로 왔다는 의붓아버지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이념적 불만'을 이유로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선거운동원 등을 겨냥하는 국내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국 사법기관에 경고하는 내용의 공보를 게시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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