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표심도 극단적 대립…"누가 되든 제발 국민 봐 달라" 목소리도
룰라·보우소나루 후보, 결선투표 하루 앞두고 선거운동 총력전
(상파울루=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지윤 통신원 = 한낮 기온 30도를 넘나드는 10월 마지막 주말. 인구 1천230여만 명의 남미 최대 도시 브라질 상파울루는 남반구 여름 날씨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로 달아올랐다.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파울리스타 대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키 큰 건물 주변 인도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 얼굴을 인쇄한 붉은 깃발과,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국기가 쉴 새 없이 경쟁적으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유권자 눈에 들려는 두 후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사이로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흥을 돋우는 주민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얼굴에 웃음기 가득하던 주민들은 '누구를, 왜 지지하느냐'는 질의에 짐짓 진지한 태도로 열변을 쏟아냈다.
우버 기사 클라우지우(33)씨는 양손으로 'V'를 만들어 보이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연임은 기정사실"이라고 확신했다. 양손 V는 보우소나루 소속 정당인 자유당 대표 숫자(22)를 뜻한다.
그는 "룰라는 부패 의혹 가득한 노회한 정치인"이라며 "과거 향수 때문에 그를 선택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단언했다.
메리아 호텔 인근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로사 마리아(55)씨 역시 처음엔 주저하다 조심스럽게 "가정과 종교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보우소나루가 한 번 더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리아 씨는 "예전 룰라 정부 때처럼 무작정 퍼주기를 하면 다 같이 어려워진다"며 "브라질이 얼마나 넓은 줄 아느냐. 이젠 개발해서 돈을 돌게 해야 한다"고 했다.
시다지 상파울루 쇼핑몰 앞에서 만난 지오반나 그릴로(18) 씨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생애 첫 투표라는 그는 "교육이나 보건 문제, 빈곤 해결 등 현 정부의 정책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룰라 지지자'임을 밝힌 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놓친 것을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우다지오 샤가스(52)·마리아 아우릴라 카르도소 지 아우메이다(55) 부부 역시 "공약을 다 비교해 보면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며 "본인만 생각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보다는 룰라 전 대통령이 이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단언했다.
그들의 딸 헤베카 아우메이다(21)씨도 "아마 지금 정책을 다 뒤집으면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좋은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전·현직 대통령 지지자들 모두 그러면서 '누가 되든 국민을 봐 달라', '지지자끼리 싸움 부추기는 것도 나서서 멈추게 하라'는 절절한 주문도 쏟아냈다.
공식 유세 마지막 날을 맞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나스제라이스주 벨로호리종치에서 연임을 위한 한 표를 호소했다.
미나스제라이스는 그가 4년 전 대선 유세 과정에서 괴한의 흉기 공격을 받은 곳이다. 피습 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지세를 다지며 승기를 굳힌 바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를 마지막 대형 유세장으로 택했다. 상파울루는 1차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예상 밖 열세'를 보인 지역이다. 이곳에서 그는 3번째 대권 도전을 위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릴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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