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문가 "군중 밀집도 예측·감지 프로세스 없으면 재발 위험"
외국 언론 "왜 이런일 일어났는지 큰 물음 남아" "좁은 골목길, 인파 감당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핼러윈을 이틀 앞둔 29일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대형 행사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꼭 필요하다는 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이번 참사에 대한 소식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라이브 페이지에서 압사사고와 관련한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했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머스 교수는 WP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는 이런 사고가 좁고 사방이 막힌 곳에 사람들이 빽빽 들어찬 상태에서 미는 것 같은 움직임이 있어 군중이 넘어질 때 일어난다면서 "도미노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태원 현장 목격자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몰린 사람이 많을수록 압력은 심해진다.
스틸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 있다면 군중 전체가 하나처럼 넘어지고,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군중 속에 갇힌 사람들이 위아래로 압박을 받기에 폐가 팽창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스틸 교수는 압사사고의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압박성 질식 등이 시작되는 데 6분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코로나19 유행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이 몰리는 바깥활동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과 같은 행사에 참여한다는 점도 짚었다.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3년 만에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없는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도, 군중 규모에 관한 제한도 없었다.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확성기 경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답변이 없는 큰 질문은 '왜', 그리고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WP는 '서울 압사사고는 어떻게, 어디서 일어났나'라는 제목의 별도의 기사에서는 이번 비극의 원인이 여전히 조사 중이지만, 현장 영상을 보면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몰려드는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