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조장 보우소나루 절대 안 돼" vs "도둑 룰라보단 낫지" 민심 극단
(상파울루=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지윤 통신원 = 역사상 가장 양극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브라질 대선 결선일인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 한인 밀집 지역인 봉헤치루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전부터 긴 대기 줄이 생겼다.
인구 1천230여만 명의 남미 최대 도시인 이곳에서 유권자들은 차례로 전자투표기 앞에 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소 안팎에 배치된 선거 사무원들은 노약자의 손을 잡고 투표소로 동행하거나, 출구로 잘못 입장하려는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했다. 경찰도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 2일 1차 투표 때처럼 옷 색깔로 지지 후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들도 적잖게 목격됐다. 한 치의 틀림 없이 빨간색 차림의 경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노란색 또는 초록색 의상을 차려입었다면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각각 지지하는 이들이었다.
반려견에 노랑·초록 브라질 국기 색깔 옷을 입혔거나, 아이에게 붉은색 모자를 씌운 가족도 있었다.
연극 연출가 겸 배우라는 파울로 세사르 페드로소(47) 씨는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로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라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전체 이름을 언급하며 그의 연임을 기대하고 있었다. 메시아는 '구원자' 또는 '해방자'라는 뜻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페드로소 씨는 "지난 2번의 대선 때에는 (룰라 전 대통령 소속 정당인) 노동자당을 지지했지만, 각종 부패 의혹이 가득한 그들에게 너무 실망했다"며 "최소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정직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브라질 국민으로서 매우 부끄러울 것 같다는 그는 "우리나라는 청렴과 솔직함을 무기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데,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아이들에게 도둑질이 나쁘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열변했다.
일본계 3세인 신지 요나미네(72) 씨는 "국민들이 지난 십수 년간 노동자당에 나라를 발전시킬 기회를 줬지만, (노동자당은) 그 과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며 "룰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크게 실망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알렉산드라(44) 씨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저소득층을 외면할뿐더러 총기를 권장하고 반목을 조장한다"며 "허구한 날 성경 말씀을 들먹이지만, 실상 그의 정책 방향은 부자에게만 이로울 뿐이다"라고 성토했다.
상파울루 도심 한 사립대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에리카 프리스하무스(46) 씨 역시 보우소나루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우소나루는) 증오의 힘으로 사람들을 선동한다는 느낌"이라며 "크고 작은 (정치적) 폭력 사건이 줄지어 일어나는 게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념보다는 공약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교해 지지 후보를 골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베투 프링시피(48) 씨는 "자연스러운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내 표를 줬다"며 "현재 브라질 국민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인생을 남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건데, (룰라 전 대통령은) 자꾸 분배를 앞세우며 국민들, 특히 빈민층을 더 게으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비니시우스 실바 리마(23) 씨의 경우엔 "(감세 정책 등) 경제와 국가 안보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난 4년의 실정이 더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브라질 유권자들은 또 하나같이 "누가 되든 제발 결과에 승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1억 5천645만4천11명(브라질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공개 기준)의 유권자들은 이날 전국 각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오후 5시(한국 시각 31일 오전 5시)까지 기표한다.
이후 브라질 선거법원은 개표 상황을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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