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치 판 마시멜로 테스트서 빵·치즈 유혹 뿌리치고 '최애' 거저리 획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까마귓과의 새 '어치'는 '깃털 달린 유인원'으로 불릴 만큼 똑똑한데, 지능이 높을수록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는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에게서 지능과 자제력 간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심리학과 알렉스 슈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어치 판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해 새의 자제력을 확인한 결과를 ''왕립학회 자연과학 회보 B'(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다.
'가르룰루스 그란다리우스'(Garrulus glandarius)라는 학명을 가진 약 30㎝ 크기의 어치는 인간을 뺀 다른 유인원에 맞먹는 인지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까마귓과 새는 나중을 위해 눈앞의 먹이를 당장 소비하지 않고 저장하는 습성을 보이는데, 이런 점이 자제력을 진화시킨 동력이 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자제력은 인간과 침팬지 등의 높은 지능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근에는 갑오징어에게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진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종에서 지능과 자제력 간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은 이런 특성이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YNAPHOTO path='AKR20221031049800009_01_i.gif' id='AKR20221031049800009_0101' title='빵을 외면하며 자제력을 발휘하다 거저리를 획득하는 어치 '제이로' ' caption='[ALEX SCHNELL 제공 동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연구팀은 어치의 자제력을 확인하기 위해 마시멜로 테스트를 응용했다. 이 테스트는 어린이에게 당장 마시멜로 하나를 받거나 일정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두 개를 받는 것 중에서 선택하게 해 자제력이 어느정도인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어치 대상 실험에서는 마시멜로 대신 거저리(mealworm)와 치즈, 빵 등을 제시했다. 어치마다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거저리는 가장 좋아하는 먹이이고, 치즈와 빵에는 그다음 선호도를 보인다.
연구팀은 빵과 치즈는 즉각 먹을 수 있게 제시하고 거저리는 투명아크릴 너머로 볼 수는 있지만 5초에서 5분30초까지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만 접근할 수 있게 실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모든 어치가 빵과 치즈를 먹지 않고 거저리를 기다리는 자제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제이로'(JayLo)라는 어치는 빵과 치즈의 유혹을 물리치며 5분30초를 기다렸다가 거저리를 얻은 것과 달리 '돌치'(Dolci)와 '호머'(Homer)는 20초 만에 거저리를 포기하고 빵과 치즈에 입을 대고 말아 가장 낮은 자제력을 보이는 등 개체 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어치들은 빵과 치즈가 제공되면 유혹을 뿌리치듯 애써 외면했는데, 이는 침팬지와 어린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또 대상 어치들에게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을 측정하는데 이용되는 5가지 인지 과제를 제시했는데, 이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어치들이 거저리 보상 실험에서 더 오래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치에게서도 지능과 자제력이 연관돼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와 함께 어치는 투명아크릴을 끝내 열어주지 않아 거저리에 접근할 수 없게 한 실험에서는 빵과 치즈를 곧바로 먹어 치워 상황에 따라 자제력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치는 먹이를 숨길 때도 누가 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 역시 자제력의 일환인 것으로 지적됐다.
슈넬 박사는 "어치의 자제력은 개체마다 편차가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인지 과제 중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도 모두 양호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일반 지능 요소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