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 최북단에 전략폭격기 B-52 배치 추진…中 견제 포석(종합)

입력 2022-10-31 18:54  

미국, 호주 최북단에 전략폭격기 B-52 배치 추진…中 견제 포석(종합)
중국 외교부 "국방협력이 제3자 겨냥해선 안 돼…지역 안정 심각 훼손"

(시드니 베이징=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52 전략폭격기를 호주 최북단에 배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31일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코너즈'(Four Corners)에서 미 공군이 호주 최북단 다윈 틴달 공군기지에 B-52 폭격기 6대를 운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이 시설에는 활주로는 물론 B-52 폭격기를 위한 격납고와 정비창 설치도 포함될 예정이다.
미국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를 호주 최북단에 배치키로 한 건 중국을 겨냥한 대응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호주 북부 지역의 군사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은 호주 지역의 군사 정보 기지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공군 관계자는 '포코너즈' 인터뷰에서 "미군 폭격기를 호주에 배치하는 것 자체가 항공 전력 확장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상대국에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베카 워서 선임 연구원도 "호주 북부에 B-52 폭격기를 배치키로 한 미국의 계획은 대만을 두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면서 "도를 넘는 행동에 나서면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4월 호주 틴달 공군기지 확충에 1천440만 달러(약 200억원)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의 B-52 배치 계획과 관련해 미중간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호주는 미국 외에 다른 선택지 없는 상황이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핵 안보 전문가 리처드 텐터 멜버른 대학 명예교수는 "B-52 폭격기 배치는 미 해병대의 다윈 현지 훈련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에 호주가 '창끝'이 되어 동참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면 호주가 미국 편에서 싸운다는 것을 중국에 확실하게 알려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에 "모든 국가 간의 국방·안보 협력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손상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관련 조치는 지역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지역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유관 각측이 낡은 냉전의 제로섬 사고와 편협한 지정학 정치 관념을 버리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상호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할 것을 촉구한다"고 부연했다.
dc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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