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지난해 중국 최고위층을 향한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가 국제 사회의 대대적인 관심 속에서도 흐지부지 사그라진 가운데 중국이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
31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여성권익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1일 발효될 개정안은 양성 평등에 관한 기본 국가 정책을 교육 시스템에 통합하고, 성희롱·성폭력의 예방 및 처리를 위한 체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고용주가 결혼,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여성 직원의 승진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정부가 모든 종류의 여성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 지방 정부와 관리들은 여성의 인신매매와 유괴가 의심될 경우 적시에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당국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안 통과에 앞서 지난주 전인대 상무위 장톄웨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개정안은 여성 인권 분야에서 곤란한 부분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깊이 있는 연구에 기반하고 있다"며 성희롱과 직장 내 차별을 법이 해결하고자 한 문제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여성이 출산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더 잘 이룰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여성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1명도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권익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23일 발표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인 20기 중앙정치국 위원(총 24명)에는 여성이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던 쑨춘란(72) 부총리는 은퇴할 예정이며 그를 이어 새롭게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된 여성은 없다.
중앙정치국에는 1987∼1997년을 제외하고 항상 여성 위원이 1∼2명 있었지만, 25년 만에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여성들은 저출산, 고령화로 점점 더 전통적인 '돌보는 이' 역할로 되돌아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0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편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에 따르면 시 주석은 여성에게 "자녀를 교육하고 노인과 젊은이를 돌볼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또한 "중국 공산당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자유로운 서구의 가치를 퍼뜨린다고 보고 이를 계속해서 탄압해왔다"며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여성들은 으레 침묵 당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전인대 상무위 장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개정된 여성인권보호법은 서구 시스템의 정책을 복제하지 않았다'고 선수를 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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