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도시들은 귀향 통제 …"11월 아이폰 생산량 30% 감소 가능성"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정저우 폭스콘 노동자들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공장을 탈출, 귀향길에 오르고 있다고 계면신문 등 현지 매체들이 31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에서 30㎞ 떨어진 정저우 교외에 사는 캉(姜)모 씨는 계면신문에 "남편이 10시간을 걸어 무사히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며칠 전 '고향으로 가겠다'는 공장 동료의 말을 듣고 귀향을 결심, 지난 29일 낮 공장을 빠져나와 10시간을 걸은 끝에 이날 밤늦게 고향에 도착했다.
남편은 길에서 고향으로 가는 많은 노동자를 만났고, 주민들이 이들을 위해 길거리에 놓아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캉씨는 "남편이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자발적으로 서취(社區·중국의 구<區> 아래 행정단위)에 신고, 격리시설에 수용돼 아직 만나지 못했다"며 "지난 10여 일 동안 불안에 떨고 오랜 여정으로 많이 지쳐 있었지만,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가 내리는 데도 배낭을 메고 짐 가방을 끌며 길을 걷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이 지역은 코로나19로 봉쇄돼 주민들이 보름째 바깥출입을 할 수 없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은 고향으로 가는 폭스콘 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폭스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진과 함께 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폭스콘 노동자들의 도보 귀향 사연이 인터넷에서 주목받자 이들을 차량에 실어 데려가기도 한다.
폭스콘 측도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당국과 협의, 차량을 지원하는 등 안전한 귀가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번지는 것을 우려한 정저우 인근 지방 정부들은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서가 있어야 한다며 고향에 돌아오기 전에 해당 행정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폭스콘 노동자들의 귀향을 통제하고 있다.
정저우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달 중순부터 지역에 따라 전면 외출 금지나 주거 단지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리고, 비필수 사업장을 폐쇄했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도 공장 내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자 지난 19일 구내식당을 폐쇄하고, 외부와 차단한 채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폐쇄 루프식으로 운영해왔다.
폭스콘 노동자들은 공장 내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음식물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봉쇄된 문을 뚫고 탈출하는 등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엑소더스'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생산 차질로 11월 아이폰 생산량이 30% 감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연말이 전통적인 전자업체들의 출하 성수기이며 폭스콘이 정저우 공장 차질 보완을 위해 중국 선전 공장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아이폰 출하량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렇게 관측했다.
대만 리서치기관 푸본에 따르면 정저우와 선전, 인도 등에 공장을 두고 있는 폭스콘은 세계 아이폰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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