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간 통화서 양국관계·국제 현안 논의…11월 정상회담 성사 주목
국무부, '北문제 논의' 질문에 "역내 다양한 우려…中 관여시킬 책임"
(베이징·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강병철 김동현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미중간 11월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양국 외교 사령탑이 중국 공산당 대회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와 미국 국무부 발표를 종합하면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31일(베이징 시간) 약 70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 현안 및 역내 이슈, 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왕 부장은 "중·미 관계를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는 것은 중·미 공동의 이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에도 부합한다"면서 "미국은 대중국 억제 및 탄압의 수법을 중단해야 하며, 양국 관계에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도입하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등 자유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세계는 미·중 협력을 기대한다"며 "미국 측은 앞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 측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의 기반을 탐색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은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할 필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인 31일(워싱턴 시간) 브리핑에서 왕 부장의 대중국 포위 및 억압 발언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반응을 묻는 말에 "블링컨 장관은 5월 대중국 전략 발표시 우리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우리의 목표는 중국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80년간 국가간 관계를 건설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 정책이 중국에 반대한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중국과 많은 분야에서 심대한 차이가 있고 양국 관계의 핵심에 경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에는 적대적 요소가 있지만, 협력적인 요소도 있다"면서 "블링컨 장관은 양국은 공동 이익이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고 조정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양국 및 전 세계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왕 부장은 "각국이 자제하면서 냉정하게 결단하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상황이 더 악화하거나 통제 불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 가닥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협상의 문을 닫아선 안 되고, 1%의 가능성만 있다면 평화를 위해 100%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 전쟁이 세계 안보와 경제적 안정에 미치는 위협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의 우려 제기에 대한 왕 부장의 반응을 묻는 말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접근과 관련해서 블링컨 장관은 우리가 전에 듣지 못했던 말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 기억으로는 러시아는 중국으로부터 비공개로 우려를 들었는데 중국이 적어도 비공개로 그런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미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북한 문제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으나, 궁극적으로는 그것(통화)은 열린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공약을 입증하는 기회였다"면서 "우리는 양국 관계가 책임 있게 관리돼야 한다고 믿으며 통화에서도 그에 대해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 관계에 다양한 이슈가 있으며 역내에도 다양한 우려가 있다"면서 "내가 보도자료 이상을 말할 위치에 있지 않으나,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서 정기적으로 중국을 관여시킬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아이티의 인도주의·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아이티 국민을 돕기 위해 조율된 행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번 전화 통화에 대해 "건설적이고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통화는 미중 정상이 내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이와 관련,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중 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서는 "업데이트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양국 외교장관간 추가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G20 전에 양측에서 필요성이 있다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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