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단체 "백인·아시아계 차별" 하버드대 등에 소송…1.2심은 "합헌"
대학 "다양성 위해 필요"…바이든 행정부는 지지·트럼프 때는 반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31일(현지시간) 흑인 등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대학 입학 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합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개시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주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을 대변하는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배려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연이어 심리했다.
SFA는 지난 2014년 이 소송을 처음 제기했으며 1·2심에서는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대학이 인종별로 정원을 할당하거나 수학 공식에 따라 인종 분포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두 대학이 따랐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이 작년 1월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낙태권을 폐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존 판례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SFA를 대변하는 패트릭 스트로브리지 변호사는 이날 심리에서 "인종에 따른 분류는 잘못됐다"며 대법원이 인종을 평가 요인 중 하나로 허용한 기존 판례를 뒤집으라고 촉구했다.
SFA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를 차별해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해 법의 보호를 동등하게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 조항은 인종분리정책 등 흑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근거로 활용됐지만, SFA는 특정 인종에 대한 배려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두 대학은 인종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인종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구학적으로 다양한 분포의 학생을 확보할 수 없어 대학 교육에 중요한 관점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1789년 설립된 노스캐롤라이나대는 남부 백인 지주 엘리트를 양성한 대표 기관으로 150년 이상 흑인 입학을 금지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장려했던 과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이 대학의 흑인 학생 비율은 9%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흑인 인구 비율인 22%에 크게 못 미친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소수인종 배려를 지지한다.
법무부는 작년 12월 대법원에 낸 의견에서 하버드대는 캠퍼스 내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인종을 고려했다며 하급심 판결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0년 법무부는 하버드대가 입학 절차에 인종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연방 민권법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가장 최근인 2016년 소수인종 배려입학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시 합헌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등 3명의 대법관이 현재 대법원에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까지 총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이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언론은 대법원 결정이 내년 늦은봄 이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여론은 제도 존치에 부정적인 편이다.
WP와 조지 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샤르스쿨'이 지난 7~10일 미국 성인 1천23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소수인종 배려입학 금지에 찬성했다.
이미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플로리다, 아이다호, 미시간, 네브래스카, 뉴햄프셔, 오클라호마, 워싱턴 등 9개 주는 공립대에서 소수인종 배려입학을 금지했다.
이날 대법원 밖에서는 학생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회원 등이 "다양성을 수호하자, 기회를 보장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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