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우야쥔(58.여) 전 룽후(龍湖)그룹 회장이 부동산 위기로 재산의 3분의 2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국의 부동산 호황기에 돈을 쓸어 담아 한때 중국 최고 부호 대열에 끼었으나,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든 셈이다.
우 전 회장은 전날 그룹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으며, 그 자리에 천쉬핑 최고경영자(CEO)가 임명됐다.
같은 날 우 전 회장의 딸인 차이신이가 설립한 신탁사인 참탈렌트가 룽후그룹 주식을 더 사들여 전체 발행 주식의 43.41%를 보유하게 됐다.
우 전 회장은 룽후그룹의 개발 컨설턴트를 맡겠다며 2선 퇴진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참탈렌트가 가족 기업이라는 점에서 우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 시점에서 우 전 회장의 재산은 46억달러(약 6조5천70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이는 세계 500대 부자를 추적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1964년 충칭(重慶) 태생인 우 회장은 지방 명문인 시안 시베이공대 졸업 후 국영기업을 다니다가 중국 주택건설부 산하의 신문사로 전직하면서 부동산에 눈을 떴다.
1993년 룽후부동산의 전신인 부동산 업체를 설립한 뒤 소비자 맞춤형 주택으로 사업을 키웠다. 2009년 홍콩 증시에 룽후부동산을 상장하면서 급성장했고, 그 이후 여러 분야로 확장해 룽후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2년 우 전 회장은 룽후부동산 공동창업자였던 남편 차이쿠이와 이혼하면서 재산의 3분의 1 이상을 넘겼다.
그 이후에도 중국의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져 룽후그룹은 순항해왔으나, 작년부터 중국 당국이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서면서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했고 룽후그룹에도 서서히 위기가 몰려왔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우 전 회장 측이 사임 전에 주식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2천860만홍콩달러(약 52억원)를 쓰고 신디케이트론을 조기에 상환했는데도 전날 룽후그룹의 주가가 폭락한 데 주목했다.
중국의 민간 부동산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신용 등급을 보유한 룽후그룹이 처한 이런 상황은 작금의 중국 부동산 위기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맞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에서 룽후그룹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종료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결과 짜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체제'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작년 말 중국 내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부닥친 걸 시작으로 중국 내 부동산 기업들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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