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5.7%↓…'경기 민감' 반도체는 17.4% 줄어
고물가·고금리에 '성장 동력' 소비 위축도 우려돼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지난달 수출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의 적신호가 점점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여파가 직접 반영되면서 향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24억8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3월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던 수출은 지난 6월 한 자릿수로 꺾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이것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17.4% 급감했다. 석 달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은 일종의 리트머스지로, 전 세계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 수출의 주력 품목이기도 한 반도체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지고 있다.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보다 4.5% 감소해 7월(-3.5%)과 8월(-12.8%)에 이어 석 달 연속 줄었다.
이로 인해 제조업 생산과 함께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도 지난 7∼9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수출회복세 약화 등으로 인해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지난 6월 이후 그린북을 통해 다섯 달 연속 경기둔화 우려를 밝히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수출회복세 제약'에서 '수출회복세 약화'로 수출 진단이 더 어두워졌다.
최근 한국경제를 이끄는 소비 역시 향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은 0.3%였는데 이중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0.9%포인트(p)였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순수출이 성장률을 1.8%p 끌어내렸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회복세를 탄 소비가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5%대 고물가가 이어지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이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의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석 달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기재부는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 봉쇄조치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며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 높은 물가 수준, 가계·기업의 대출금리 상승 등이 소비·투자의 리스크 요인"이라며 "물가·민생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면서 수출·투자 등 민간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