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최근 위기설 속에 중동 자본을 유치하고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측이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액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 이사회 의장은 1일 홍콩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하고 "우리 은행은 다시 번창할 것이므로 피인수 논의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위기설에 휩싸였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주가가 급락하자 이 은행은 지난달 자본 조달과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유상 증자를 통해 사우디국립은행(SNB) 등 투자자들로부터 40억 스위스프랑(약 5조6천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자산운용·자산관리 부문에 주력하고 투자은행(IB) 사업은 'CS퍼스트보스턴' 브랜드로 분리하기로 했다.
레만 의장은 이 계획에 대해 "크레디트스위스는 기업가와 부유층 고객들을 중점 대상으로 하는 진정한 자산관리 중심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며 중남미와 아시아·태평양, 중동 시장에서 더 성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날 SNB 등 새 투자자들에게 유상증자 계획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번 작업을 위해 골드만삭스, BNP 파리바, 바클리스와 아시아 기업들이 포함된 은행 연합체를 꾸렸다.
레만 의장은 이번 계획을 지지하기 위해 자신도 100만달러(약 14억2천만원) 상당의 자사 주식을 매수했다고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증권화상품 그룹 사업 대부분을 미국 펀드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이끄는 투자자 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다음 주까지 이 매각 작업에 대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레만 회장은 말했다.
사우디 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에 대해서는 "SNB와 같은 투자자를 확보하게 돼서 기쁘다"며 "SNB는 민간 기관이며 사우디 지역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 탄압국'이라며 미국과 스위스 정부의 비판을 받는 사우디 자본을 유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말까지 2천700명, 2025년 말까지 9천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했으나, 레만 의장은 어느 지역이 감원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레만 의장은 취리히보험에서 약 20년간 일했으며 이후 UBS 그룹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말 크레디트스위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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