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아편생산' 아프간, 탈레반 금지 속 양귀비 경작 32%↑

입력 2022-11-01 18:17  

'세계최대 아편생산' 아프간, 탈레반 금지 속 양귀비 경작 32%↑
유엔 "올해 수확물은 금지령서 면제"…농부, 이제 내년 재배 여부 결정해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최대 아편·헤로인 공급지로 악명 높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들 마약의 원료로 쓰이는 양귀비의 재배가 올해 많이 늘어났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아프간 집권 세력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지난 4월 양귀비 재배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경작지 확대 추세는 꺾이지 않은 것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에 따르면 아프간의 올해 양귀비 경작지 규모는 23만3천㏊(헥타르)로 작년보다 32% 늘었다.
이에 올해는 아프간 양귀비 재배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작된 1994년 이후 3번째로 관련 경작지가 많은 해로 기록됐다.
수익 규모 면에서는 올해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아편 판매로 아프간 농가가 벌어들인 올해 수익은 14억달러(약 2조원)로 작년 4억2천500만달러(약 6천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탈레반의 재배 금지령 발표 이후 아편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아편 생산량은 현지 가뭄으로 인해 작년보다 10% 줄어든 6천200t(톤)을 기록했다.
아편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며 이를 다시 가공하면 모르핀이나 헤로인이 된다.
양귀비는 다른 농작물보다 물이 적게 필요하며 심은 후 5개월만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일단 아편으로 가공되면 별도 냉장 시설이 없더라도 수년간 보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익성도 다른 작물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아프간에서는 지난 몇 년 간 양귀비의 재배가 계속 늘어왔다.
전국적으로 내전이 격화한 가운데 심각한 경제난과 가뭄까지 겹친 바람에 농부들이 앞다퉈 양귀비 재배로 눈을 돌린 것이다.
탈레반은 지난 1차 통치기(1996∼2001년) 때인 2000년에도 양귀비 재배를 금지한 적이 있다. 당시 조처로 양귀비 생산량이 9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1년 미국에 의해 정권을 잃은 후에는 태도가 바뀌었다. 점령지 농민들로부터 양귀비 판매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들였고 직접 마약을 거래하며 재원을 확보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재집권 이후에도 양귀비 재배를 사실상 방관하는 분위기였다. 온 국민이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린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올해도 수확 중인 양귀비에 대해서는 금지령을 면제해줬다고 UNODC는 설명했다.
다만 최고 지도자의 금지령까지 내려진 만큼 앞으로는 양귀비 재배에 대한 탈레반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UNODC는 아프간 농부들도 이달 양귀비 파종기를 맞아 금지령 속에 재배를 강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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