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 "'김정남 암살' 소재 영화 준비 중"

입력 2022-11-02 06:00  

임상수 감독 "'김정남 암살' 소재 영화 준비 중"
제17회 파리한국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밝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화 '헤븐: 행복의 나라로'로 2020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임상수 감독이 '김정남 암살'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남은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 화학물질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이다.
임 감독은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퓌블리시스 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7회 파리한국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임 감독은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미국 사람들을 만나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며 "영화의 주인공은 김정남을 만나러 온 미국 스파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의 70%는 영어, 15%는 한국어와 중국어, 말레이시아어인 인터내셔널한 작품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제작사를 접촉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없다"며 "한국 사회를 넘어서서 지정학적 진실 또는 그 상황을 살피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한국영화제 주최 측은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행복의 나라로'를 폐막작으로 선정하면서 '바람난 가족'(2003), '오래된 정원'(2006), '하녀'(2010) 등 임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상영했다.
임 감독은 고(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를 리메이크해 2010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만큼, 90분 넘게 이어진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하녀'를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임 감독은 동명의 원작은 1960년대 한국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하지만, 자신의 작품은 어마어마한 돈을 가진 올리가르히 집안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 외에는 아무런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거대한 자본의 수레바퀴 아래 깔려 들어가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한 여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존중은커녕 인정도 받지 못하며 세상이 한 번도 친절한 적이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거리에 나가보면 널려있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다. '하녀'는 그런 개인을 위한 영화였다."
임 감독은 "전설적인 김기영 감독을 정말 좋아하는 한국 젊은 감독은 봉준호 감독"이라며 "'하녀'를 리메이크할 기회가 나한테 온 것에 질투를 느꼈을지 모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이 만든 '기생충'을 봤을 때 내가 만든 '하녀'가 싫어서 본인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농담으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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