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지붕 위의 목사', 약 1년만에 옥상농성 풀고 내려와

입력 2022-11-02 05:49  

美 시카고 '지붕 위의 목사', 약 1년만에 옥상농성 풀고 내려와
총기폭력 실태 알리고 주민지원센터 건립기금 마련 위해 345일 노숙투쟁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남부의 총기폭력 실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주민지원센터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붕 위로 올라갔던 종교지도자가 근 1년 만에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 뉴비기닝스 교회 설립자 코리 브룩스(52) 목사가 지난 345일간 지속한 옥상 농성을 풀고 내려와 지난 29일 시카고 남부의 우범지대 우드론지구에서 주민지원센터 건립 착공식을 가졌다. 착공식에는 지역 주민들과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해 브룩스 목사의 성취를 축하했다.
브룩스 목사는 옥상농성을 풀고 내려온 데 대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희망과 영감을 절실히 원하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이 긍정적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 목사는 작년 11월 20일 교회 인근 가건물 위에 텐트를 치고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시카고 남부에 만연한 총기폭력 실태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주민지원센터 건립기금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다.
브룩스 목사는 옥상농성을 시작한 후 미국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함께 밤을 지새우며 다양한 주제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당초 100일을 목표로 시작한 것이 1년이 됐고, 브룩스 목사는 이 과정에서 주민지원센터 건립기금 2천만 달러(약 280억 원)를 모아 공사에 들어갔다.
원래 목표한 3천500만 달러(약 5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브룩스 목사는 모금운동을 계속해 주민지원센터가 개관하는 2024년 이전에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붕에 올라가 있느라 포기해야 한 일들이 많았지만 대신 얻은 것도 많다"며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특히 주민지원센터 건립과 운영에 대한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주민지원센터는 브룩스 목사의 뉴비기닝스 교회 맞은 편에 들어선다. 약 8천300㎡ 규모에 교실·모임 장소·식당·체육관·수영장 등을 갖추고 지역주민들에게 리더십·경제 기회 개발을 위한 지원 서비스와 자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브룩스 목사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 이상 시카고 남부의 낡은 모텔 옥상에 텐트 하나를 치고 한겨울을 보내 전국적 화제를 모으면서 '지붕 위의 목사'란 별칭을 얻었다.
당시 그는 총기폭력 사고로 한해 10명의 신자를 잃은 것이 노숙 농성의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목표는 범죄 소굴이 되고 있던 낡은 모텔을 사들여 주민지원센터로 전환하기 위한 자금 45만 달러(6억4천만 원)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는 농성 시작 94일 만에 35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고 나머지 10만 달러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겸 배우인 타일러 페리가 특별 기부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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