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체제'로 외국투자자 '탈중국 러시' 우려 때문인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의 실무 사령탑으로 통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1일 미국의 다국적 기업 고위층을 초청, 설명회를 열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설명회는 중국 당국이 지난달 16∼22일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23일 20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중전회)로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를 구성하고서 불과 열흘도 안 된 시점에서 개최한 것이다.
설명회 초청 대상도 미국 상공회의소 등 관변 단체 이외에 60개 이상의 첨단 제조업·제약·화학·자동차·금융 분야의 미 기업 고위급들이었다.
이런 '신속한' 설명회는 이전 당 대회 직후에는 볼 수 없던 일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만 콕 집어 초청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일 중국신문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발개위는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고도의 대외 개방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중국은 '고품질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한편 공급망 안전을 확보하고 세계 경제 부흥에 공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진핑 3기 집권 세력이 '반(反)시장주의' 집단으로 인식되는 걸 희석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 주석의 견제 세력으로 알려진 리커창 총리와 후춘화 부총리가 각각 상무위원에서 탈락하고 진입에 실패한 가운데 최고지도자 그룹인 상무위원회가 시 주석 '충성파'로만 채워진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1중전회 종료 하루 뒤인 지난달 24일 홍콩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뉴욕·런던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투매가 이어졌다.
홍콩 증시에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7.30% 추락, 역대 중국 당 대회 직후 하락률로는 1994년 해당 지수 출시 이후 최악의 추세를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도 알리바바·핀둬둬·징둥닷컴·차이나텔레콤·넷이즈 등 5대 중국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521억7천만달러(약 75조2천291억원) 증발했다.
중국 부호들의 재산이 하루 만에 350억달러(약 50조2천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시 주석의 민간 기업 통제와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서방에선 시 주석이 주창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이 경제 발전보다는 분배에 더 치중하면서 반기업주의로 흐를 것이라고 보는 탓에 반발이 컸다.
이를 방치할 경우 외국인의 중국 투자 기피는 물론 외국 기업들의 탈(脫) 중국 현상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설명회는 당 대회 이후 외국 기업인들의 '변심'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중국의 대응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우선 미국의 다국적 기업 고위층에 이어 다른 국가의 기업인들을 상대로도 설명회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차오리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도 1일 베이징 국제구락부에서 열린 당 대회 관련 대언론 설명회에서 "공동부유는 평균주의나 부자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발전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며 파이를 키우는 성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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