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목전서 '공화당 선거불복' 프레임 내세워 분위기 반전 시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중간선거 엿새를 앞두고 열세에 몰린 것으로 평가받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들의 11·8 중간선거 불복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전을 노리고 나섰다.
미국인 상당수가 공감할 주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세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유니언역(驛) 연설에서 "주지사, 의회, 주 법무장관 등 모든 층위 선거에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후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불복이 "미국을 혼돈으로 몰아넣는 일"이라며 "전례가 없다. 불법이다. 미국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 선거 부정 의혹'이 "지난 2년간 정치 폭력, 유권자 위협에 기름을 부었다"면서 "공화당 내 소수인 초강경(ultra)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자들이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공화당원이 "2020년에 유권자의 권리를 짓밟고 선거 체계를 전복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해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2020 대선부정 의혹과 2021년 1월6일 발생한 의회 폭력사태를 겨냥한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최근 발생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남편 습격사건과 관련해 "이 나라에서 정치 폭력을 용인하는 사람들, 혹은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늘고 있다"며 "침묵은 공범"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는 지난달 28일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침입한 40대 남성에게 둔기로 폭행당해 두개골 골절 수술을 받았다. 애초 펠로시 의장을 노린 범행으로 파악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가 의회 폭력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표 결과에 불복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다른 해였다면 우리가 던진 표가 민주주의를 지킬지 위협할지 그런 의문은 들지 않았겠지만 이번 선거는 올해 열린다"며 "우리의 현실에 대해 심사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애니타 던 백악관 수석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정치 폭력에 대한 위협은 미국인이 극도로 혐오하는 주제"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모든 미국인을 단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 장소로 유니언역을 선택한 데에도 표심 결집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니언역은 1·6 의회 난입 사태가 발생한 의사당에서 가까운 곳이다.
8일 열리는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미 유권자 2천700만 명이 사전투표 등을 통해 권리를 행사했다. 이번 선거에서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상원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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