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숨진 러 국적 고려인 여성들 위한 온정 이어져

입력 2022-11-03 17:20  

[이태원 참사] 숨진 러 국적 고려인 여성들 위한 온정 이어져
연해주 한인회 등 모금 나서…희생자 2명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 예정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목숨을 잃은 러시아 국적 고려인 여성 2명의 장례를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러시아 연해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연해주 한인회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러시아 국적 희생자 4명 가운데 연해주 출신 20대 고려인인 율리아나 박씨와 옥사나 김씨 등 2명의 장례를 돕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모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참사 발생 후 총영사관 측이 연해주에서 생활하는 희생자 유족과 연락한 결과 장례 비용 등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요청을 받았고, 이 소식을 들은 한인회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목표 모금액은 25만 루블(580만 원)이며 현재까지 12만 루블(270만 원) 정도가 모였다.
한인회 등은 오는 6일까지 모금을 한 뒤 유족들에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상수 러시아 연해주 한인회장은 "우리 핏줄인 고려인이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돕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많은 교민이 정성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지 고려인단체도 희생자 유족을 돕기 위한 모금을 벌이고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 나와 있는 한국기업도 러시아 희생자 4명에게 성금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려인 여성 2명은 평소 한국을 많이 사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율리아나는 지난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생활하기로 한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로 했다.
다만 그녀는 가족 가운데 딸은 자신뿐이라 연해주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를 걱정해 언젠가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숨진 고려인 여성 2명의 시신은 오는 4일 강원도 동해에서 출발하는 두원상선 소속 카페리 이스턴드림호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운구된다.
유족 등은 이튿날인 5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배가 들어오면 시신 2구를 곧바로 고향인 나홋카와 스파스크달니 등 2곳으로 각각 옮긴 뒤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참사 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에는 흰 국화꽃을 들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현지 러시아인 등의 발길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한 러시아 여성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자녀가 있다. 참사 소식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국총영사관 고문희 부총영사는 "연해주에 사는 러시아인들은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번 사고 소식에 많이 슬퍼하는 것 같다"며 "숨진 고려인 여성들의 장례식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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