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협박 성과 없어…협정 외 어떤 약속도 안했다"
러, 영 대사 초치…"우크라에 수중드론 제공 정보 있다" 주장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 복귀한 이튿날인 3일(현지시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됐다고 로이터,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터키)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흑해 곡물 협정이 재개된 이후 수출선 6척이 우크라이나 항만을 떠났다"고 밝혔다.
아카르 장관은 "이 협정이 휴전과 평화로 향한 길을 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엔도 러시아 대표단이 이스탄불에서 협정 이행을 관리하는 공동조정센터(JCC)에 복귀해 선박 검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2일 협정 체결 후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한 곡물 수출선은 426척으로 늘었다. 이들 선박이 실어나른 곡물은 970만t에 달한다.
우여곡절 끝에 협정이 재개됐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외교 공방을 지속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의 협박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다시 한번 모두가 세계 식량 시장에 대한 유일한 위협이 러시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협박을 고조할 때마다 식량 가격이 오르고 세계가 협박에 굴하지 않을 때마다 식량 가격은 내릴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었다면 세계 식량 위기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절대 흑해 곡물 항로를 위험에 빠뜨린 적이 없다"며 "해당 항로를 군사 목적으로 쓴 적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정 복귀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확약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22일 서명된 협정 내용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암만에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비료와 곡물 수출과 관련한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한 부분에서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며 "협정 내용을 이행하도록 유엔 사무총장에 재차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항로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도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보장하는 서류에 서명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달 29일 자국 흑해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영국이 지원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데보라 브로너트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초치했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수중 드론을 제공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영국의 이런 대결적 행동은 위기를 고조하고 예측 불가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정 복귀가 이달 19일 만료 예정인 협정 연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연장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나,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항로를 악용해 자국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며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때 선박 218척의 출항이 막히기도 했으나, 전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고 밝히고 협정에 복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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