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친유럽 행보…첫 해외 방문지로 브뤼셀 택해
우크라이나·에너지·이주민·코로나19 회복기금 논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수뇌부와 만나 국내외의 의구심과는 달리 자신이 유럽과 EU에 친화적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을 차례로 만난 뒤 취재진에게 "매우 솔직하고, 매우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에너지 위기와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에 EU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 상승, 이탈리아가 EU의 남쪽 국경에서 떠안은 이주민 문제, EU로부터 지원받는 코로나19 회복기금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유럽이라는 틀 안에서 참여와 협력, 국익 방어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니토 무솔리니 파시즘 정권 이후 100년 만에 탄생한 극우 총리로 지난달 22일 공식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의 심장인 브뤼셀을 선택하며 EU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EU 수장들도 극우 색채를 지워내고 EU에 우호적 행보를 이어온 멜로니 총리를 따뜻하게 환대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첫 해외 방문으로 유럽 기관들을 선택한 조르자 멜로니에게 감사드린다"며 "당신의 방문은 그 자체로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에서부터 이탈리아의 에너지·이민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눈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메촐라 의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전적으로 뜻을 같이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계속 확고하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파시즘을 계승한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를 창당했다. 과거 EU 탈퇴를 주장하고 강경 이민 정책을 내세워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취재진에게 "우리는 화성인이 아니다"며 "우리는 피와 살이 있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가 메촐라 의장을 만난 뒤 유럽의회 건물 밖으로 나서자 기다리던 이탈리아인 지지자들은 "조르자, 조르자"를 연호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들에게 다가가 셀피를 찍은 뒤 메촐라 의장에게 "맹세컨대 내가 매수한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