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신고부실 대응에 "우리도 비슷한 일 경험…대응인력 부족시 지원 요청해야"
"특이신고 들어오면 실시간 공유…중대사건은 시장에 자동보고 시스템"
"예전엔 비서 같았다…권한 부여 필요, 이젠 경찰서장·소방서장 동급 '내각 구성원'"
워싱턴DC 통합통신사무국장 인터뷰 "이태원 참사, 사전 현장인력 배치 안한 것 안타깝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이태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시민의 112신고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처가 지목되는 가운데 신고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후속 상황을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미국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워싱턴DC의 911 신고 처리를 담당하는 통합통신사무국(Office of Unified Communications·이하 OUC)의 책임자인 카리마 홈스 국장은 3일(현지시간) OUC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긴급신고를 접수한 기관이 경찰의 현장 출동 여부와 대응 조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요구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전 112로 11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4건에만 출동한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제도 개선 차원에서다.
워싱턴DC는 원래 시 경찰이 911 신고 접수를 담당했으나 2004년 제도 개선 차원에서 911을 담당하는 별도 기관 OUC를 설립했다.
OUC가 911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 등 필요한 기관에 출동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OUC는 시 정부 소속이지만 경찰은 아니다.
홈스 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 파출소 인력이 부족했다는 기자의 설명에 "현장에 출동할 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상황실 직원이 모를 수도 있다"며 "그런 경우 경찰이 요청을 그냥 받을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고를 접수한 직원은 계속 같은 경찰서에 출동을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며 "이후 우리 직원들은 처음에 출동을 요청한 곳에서 출동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출동을 요청하고 실제 누가 출동했는지 다시 연락해 확인한다. 특히 심각한 건은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상황실과 경찰서 간 소통의 문제로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911 상황실을 경찰 아래에 두면 경찰의 권한이 더 크기 때문에 경찰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홈스 국장은 상황실이 현장 경찰보다 전체적인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실이 현장 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인력 지원 등을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홈스 국장은 미국도 과거에는 경찰이 911 신고 접수를 담당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 업무를 경찰에서 분리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 전에는 대부분 911 접수직원은 비서와 같았다"며 "경찰서나 소방서에서 일하면서 전화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911 수요가 커지고 단순히 전화 받는 비서직 이상의 대응이 필요하게 되면서 이제 대부분 접수센터는 경찰이나 소방에서 독립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워싱턴DC의 경찰서장, 소방서장과 동급이며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내각 구성원"이라며 "이게 정말 중요한 이유는 이제 911 신고 처리는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같은 수준의 훈련을 요구하는 전문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별도 조직에서 경찰, 소방, 응급의료 등 신고를 접수하면 한 명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필요한 대응을 결정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OUC처럼 신고를 접수하는 직원과 경찰 등에 출동을 요청하는 직원을 따로 둬야 각자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OUC는 상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국장, 부시장, 시장 등에 자동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 특이하거나 의심스러운 신고를 접수할 경우 경찰서장과 소방서장 등 관련 기관장과 대화방 등을 통해 바로 공유한다고 홈스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매일 늘 대화한다"며 "우리가 공유하는 신고 대부분은 별것 아닌 것으로 결론 나지만 우리는 발생 즉시 정보를 받기를 원한다. 그래야 준비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에 경찰 등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사고가 일어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에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두면 그런 상황을 방지하거나 대응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역의 911 접수센터 어떤 곳이든 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홈스 국장과 일문일답.
--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할 파출소 인력이 부족했다.
▲ 현장에 출동할 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상황실 직원이 모를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경찰이 요청을 그냥 받을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신고를 접수한 직원은 계속 같은 경찰서에 출동을 지시할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이후 우리 직원들은 처음에 출동을 요청한 곳에서 출동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 출동을 요청하고 실제 누가 출동했는지 다시 연락해 확인한다. 특히 심각한 건은 그렇다. 이것은 상황실과 경찰서 간 소통의 문제로,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911 상황실을 경찰 아래에 두면 경찰의 권한이 더 크기 때문에 경찰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상황실 직원은 여기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경찰보다 대응을 잘 조율할 수 있다.
-- 911 신고 대응 계획에 군중 집결도 포함되나.
▲ 워싱턴DC는 수도라 집회가 많고 사람이 자주 모인다. 그 규모가 수천명, 수백만명일때도 있다. 군중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사전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 주요 지점에 경찰, 소방, 의료진을 배치하고 위험 징후를 파악해 바로 대응해야 한다.
좁은 길목에 사람이 몰려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 다른 경로를 마련하고 인파의 흐름을 조정해야 한다. 때로는 사고가 일어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에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두면 그런 상황을 방지하거나 대응 인력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 워싱턴DC는 911 신고 접수 업무를 경찰과 분리했다.
▲ 지난 10년간 그런 추세다. 수년 전에는 대부분 911 접수직원은 비서와 같았다. 경찰서나 소방서에서 일하면서 전화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911 수요가 커지고 단순히 전화 받는 비서직 이상의 대응이 필요하게 되면서 이제 대부분 접수센터는 경찰이나 소방에서 독립됐다. 나는 워싱턴DC의 경찰서장, 소방서장과 동급이며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내각 구성원이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이유는 이제 911 신고 처리는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같은 수준의 훈련을 요구하는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지역은 신고자가 의료 비상 상황 때문에 911에 전화를 했는데 경찰이 받는다. 그러면 경찰이 전화를 돌려야 하고 소중한 분초를 낭비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사건의 경우 복수의 기관 출동이 필요한데 그러면 누가 전화를 받을지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한 사람이 전화를 받으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해 경찰이든 소방이든 출동을 요청할 수 있다.
-- 접수직원과 출동요청직원의 업무가 중요한데 교육훈련은 어떻게 하나.
▲ 교실에서 4개월 정도 교육을 받는다. 신고자를 어떻게 안정시키는지 전화 응대 요령부터 심폐소생술까지. 그리고 지역사회로 나간다. 순찰차를 같이 타고 다니며 도로명과 동네를 파악하고 소방서로 가 구조대원을 만나고 도시의 지리를 익힌다. 이후 2개월간 실습 교육이 있다.
-- 도시 전체의 대응이나 그 이상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 지원을 어떻게 요청하나.
▲ 우리는 인근 지역과 여러 건의 상호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일부 신고는 여러 지역이 자동으로 공동 대응한다. 예를 들어 워싱턴DC는 포토맥강을 가운데 두고 버지니아주 알링턴시를 마주한다. 두 도시 사이에 있는 교량이나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어떤 도시에 신고가 접수되든 다른 도시도 신고 내용을 볼 수 있다.
-- 상부에 대한 보고 절차는.
▲ 자동 문자 메시지 시스템을 운영한다. 소규모 사고는 911센터장에게 연락이 가고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나도 연락을 받는다. 서너명이 다치는 대형 버스 사고 등이 발생하면 부시장한테 연락이 간다. 자동이다. 이밖에도 특이하거나 의심스러운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과 대화방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우리는 매일 늘 대화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신고 대부분은 별것 아닌 것으로 결론 나지만 우리는 발생 즉시 정보를 받기를 원한다. 그래야 준비되기 때문이다.
-- 워싱턴DC에서도 911 신고를 잘못 처리해 유아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 이후 무엇을 잘못했는지 점검하면서 교육훈련을 강화했다. 또 긴급사건에 대한 출동을 취소하려고 할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띄우게 하는 등 기술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전역의 911 접수센터 어떤 곳이든 늘 실수를 할 수 있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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