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살 보름 전 데이트 폭력 신고받고도 부적절 대응" 주장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약혼자와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가 피살된 미국 20대 여성 개비 퍼티토(당시 22세)의 가족들이 경찰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보름 전 데이트 폭력 신고를 받고서도 부적절하게 대처한 탓에 범행을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퍼티토의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유타주(州) 모아브시(市) 경찰국을 상대로 5천만 달러(약 7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퍼티토가 살해되기 약 2주 전인 작년 8월 12일 모아브 지역에서 퍼티토와 약혼자 브라이언 론드리(당시 23세)가 심한 다툼을 벌여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온 경찰관은 먼저 손찌검을 했다는 이유로 퍼티토를 '가해자'로 몰아갔고, 면밀한 조사에 착수하는 대신 두 사람이 하룻밤 동안 따로 지내도록 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퍼티토의 어머니 니콜 슈밋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소송 제기 배경을 설명했다.
모아브시 당국은 즉각 성명을 내고 퍼티토의 죽음이 경찰 책임이란 유가족 주장을 반박했다.
시당국은 "우리 경찰관은 친절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페티토에게 공감을 보이며 행동했다"면서 "8월 12일 당시는 누구도 몇 주 뒤 수백㎞ 바깥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퍼티토와 론드리는 자신들의 행복한 여정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상당한 인기를 끈 여행 유튜버였다.
하지만, 작년 7월 론드리와 함께 승합차를 타고 전국 주요 국립공원을 도는 캠핑 여행에 나선 이후 페티토는 종적이 묘연해졌고, 미국 언론이 보도경쟁을 벌이면서 이 사건은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예정보다 빠른 9월 1일 홀로 귀가한 론드리는 10여일만에 다시 캠핑을 간다며 잠적했다.
같은달 19일 페티토는 와이오밍주 서부의 한 국유림 캠핑장에서 목이 졸려 숨진 시신으로 발견됐고, 한 달 뒤 플로리다주 자연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론드리의 유해 곁에는 자신이 페티토를 살해했다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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