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항공기 이륙에 지장…3도 상승에 양력 1% 감소"

입력 2022-11-04 12:10  

"지구온난화로 항공기 이륙에 지장…3도 상승에 양력 1% 감소"
대부분의 경우는 승객 태우는 데 문제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악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지구 온난화로 항공기 이륙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일부 공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확산할 수도 있다고 미국 케이블뉴스 채널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의 폴 윌리엄스 교수는 무거운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揚力·lift)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기온도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기온이 3도 상승할 때마다 양력이 1%씩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폭염으로 비행기 이륙이 어려워지는 게 이 때문"이라며 "매우 극단적인 조건에서는 (폭염으로 비행기 이륙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지대에 있는 공항에서는 공기 밀도가 저지대보다 낮고 활주로도 짧은 경향이 있어, 폭염까지 가세할 경우 항공기 이륙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더욱 잦다.
윌리엄스 교수에 따르면 20도에서 이륙할 때 필요한 활주로 길이가 2천m인 항공기가 있다면, 이 항공기는 40도에서는 2천5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이 가능하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연구팀이 여름에 기온이 높고 활주로가 짧은 그리스 공항 10곳의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이 공항들에서는 1970년대부터 기온이 10년마다 평균 0.75도 오르고 맞바람의 속도가 10년마다 2.3노트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맞바람이 강할수록 양력이 커지므로 이륙에 유리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변화가 지표면에서의 바람 속도를 줄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은 이런 온도와 맞바람 데이터를 에어버스 A320 등 다양한 기종 항공기들의 이륙 성능 계산식에 대입해 봤다.
그랬더니 항공기의 이륙시 최대 허용 중량이 해마다 127㎏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즉 승객의 체중과 짐 무게를 감안하면, 비행기에 태울 수 있는 승객 수가 매년 1명씩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A320 여객기가 활주로 길이가 1천500m 안팎인 그리스의 히오스섬 국립공항에서 이륙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1988년 도입 때부터 2017년까지 최대 이륙 중량이 3천60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윌리엄스 교수는 설명했다.
런던의 시티 공항 역시 활주로 길이가 1천500m 안팎이다. 이 공항에서는 2018년 폭염 당시 항공편 10여편이 취소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는 2017년 6월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폭염 탓에 며칠간에 걸쳐 항공편 수십편이 취소됐다.
이 때문에 일부 공항에서 보잉 737 등 협폭동체 항공기(동체의 가로가 좁아 기내 복도가 한 줄인 항공기)에 대해 실시하는 중량제한 조치의 확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항공사들이 이를 위한 대비와 대응을 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동 지역 공항에서 이미 하고 있듯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서 이륙시간을 잡는다든지, 경량 소재를 채택해 항공기 중량을 줄인다든지, 기온이 높고 고지대에 위치한 공항에서도 이륙이 가능하도록 공기역학적 면적을 늘리고 추력을 증강한 항공기 모델을 설계한다는지 하는 대응책이 있다.
공항의 활주로 길이를 늘리는 해결책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능하다.
만약 이런 해결책들로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는 승객들이 자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이런 일이 드물게만 일어날 것이라고 윌리엄스 교수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항공편은 이륙시 최대 허용 중량보다 훨씬 가벼운 상태로 이륙하기 때문에, 항공사들이 폭염 탓에 승객을 내리도록 해야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악화할 수도 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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