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총리·내무 장관·정보국 간부 퇴진해야" 주장
총리·군부는 총격 사건 비난 '한목소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유세 도중 괴한의 총격으로 다리를 다친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가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군부를 지목해 비난했다고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매체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사드 우마르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사무총장은 전날 총격 사건 직후 공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칸 전 총리는 이번 암살 시도의 배후로 셰바즈 샤리프 현 총리, 라나 사나울라 내무부 장관, 정보국(ISI)의 파이살 나시르 소장을 꼽았다고 밝혔다.
우마르 사무총장은 "칸 전 총리는 이들 3명에 대해 퇴진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PTI는 전국적인 시위를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PTI는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최대 야당이며 정보국은 군 산하로 파키스탄 정계 등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칸 전 총리는 전날 펀자브주 와지라바드 지역에서 유세 트럭을 타고 집회를 하던 도중 괴한의 총격에 정강이를 맞았다.
이후 라호르의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총알 파편 제거 수술을 받았다. 현재 상태는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이살 버트라는 이름의 한 남성은 칸 전 총리 등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1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칸 전 총리 등 9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버트는 "칸 전 총리를 죽이고 싶었다. 그가 나의 유일한 목표였다"고 경찰에 말했다.
펀자브주 당국과 경찰 등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샤리프 총리와 군부는 칸 전 총리의 '배후설' 주장을 일축했다.
샤리프 총리는 칸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이 알려진 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우리나라의 정치에서 폭력은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군 홍보기관인 ISPR도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했다.
ISPR는 칸 전 총리 등 부상자의 회복을 기원하며 유족에게 위로의 뜻도 전했다.
여당과 군부의 이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칸 전 총리의 피격 사건은 불안정하던 파키스탄 정국을 더욱 요동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켓 스타 출신으로 2018년부터 정권을 이끈 칸 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오다 지난 4월 의회 불신임으로 퇴출당했다.
그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의 음모로 총리직에서 밀려났다고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를 주도했다.
이후 PTI는 지난 7월 정치적 핵심 지역인 펀자브주의 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등 영향력을 다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와중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하순 칸 전 총리에 대해 5년간 공직 박탈 결정을 내리자 그는 지지자들을 이끌고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행진하며 집회를 벌여왔다.
이런 상황 속에 샤리프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을 결집해 칸 전 총리를 불신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연정 내에 워낙 다양한 집단이 모인 탓에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난은 심각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국토의 3분의1이 물에 잠길 정도로 큰 물난리까지 겹쳐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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