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부에 성난 원주민, 관광객 100여명 억류했다 풀어줘(종합)

입력 2022-11-05 08:28  

페루 정부에 성난 원주민, 관광객 100여명 억류했다 풀어줘(종합)
28시간 만…아마존 주민 "원유 유출 피해 심각한데 정부 미온적"
송유관서 2천500톤 새어나와 어업 등 차질…"2014년에도 비슷한 피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원유 유출 피해를 호소하는 남미 페루 원주민들이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관광객 100여명을 만 하루 넘게 억류했다가 풀어줬다.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RPP 뉴스와 엘코메르시오, AP·AFP 등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북부 로레토주 아마존 분지 지역에 사는 쿠니니코 부족민은 전날 오전 보트를 탄 100여명의 관광객들을 자신들의 마을로 데려온 뒤 외부 이동을 막고 인근에 머무르도록 했다.
관광객들은 페루 현지인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브라질, 영국 등지 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임신부와 노약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니니코 부족 지도자인 왓슨 트루히요는 RPP 뉴스에 "정부의 주의를 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쿠니니코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인 마라뇽 강에서의 원유 유출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마라뇽 강 주변에는 페루 국영석유회사 페트로페루의 노르페루아노 송유관이 지나고 있다. 4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약 800㎞ 길이의 이 송유관은 북서부 피우라까지 연결돼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16일 송유관 파손으로 원유 약 2천500t이 마라뇽 강에 유출되면서 약 2천500명이 사는 쿠니니코와 인근 우라리나스 마을 일대에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 페트로페루 측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21㎝ 정도 파이프라인을 잘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곳에서 낚시를 하거나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하며 먹거리를 얻었던 원주민들은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만큼 고통스럽다"며 정부에 즉각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9월 27일 원유유출 피해 지역 주변에 대해 90일간의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방제 작업 등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광객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억류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 등이 협상에 나섰고, 원주민들은 조사단 파견 노력 등 제안을 받아 들여 이날 오후 관광객들을 풀어줬다. 약 28시간 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루히요는 "2014년에도 비슷한 원유 유출 사태로 피해를 입었던 만큼 이번엔 실제적인 조처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재차 선박 통행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앞서 2016년 쿠니니코 주민에 대해 시행한 페루 보건부의 혈액 샘플 조사 결과 주민 절반 가량에게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수준보다 높은 수은과 카드뮴 수치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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