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엔대사 "중·러가 안보리 웃음거리 만들어"…공식대응 없이 산회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북한의 전례 없는 고강도 미사일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4일(현지시간)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 만에 북한과 관련해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이사국들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비판했다. 비이사국인 한국과 일본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초청돼 서방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북한 측 주장을 반복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맨 처음 발언자로 나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지난달 27일 이후 북한의 최근 13차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능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3일 북한의 ICBM 발사가 올해 들어 7번째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올해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총 59발이라는 사실을 두 차례나 강조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책임있는 국가의 행동이 아니다"며 "일부러 긴장을 높이고 이웃 나라들에 두려움을 일으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와 규탄 성명 채택을 막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서는 "2개 나라가 안보리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북한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는 무기를 팔았다고 해서, 북한이 미국에 대한 완충지역 역할을 한다고 해서 안보리의 책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적 해법에 전념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 행위를 포기하고 외교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지출한 수백만 달러는 북한 전체 주민을 4주간 먹여 살릴 돈"이라며 한국, 미국과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다른 서방국들도 북한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최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한국 영해 근처에 떨어진 일에 대해서도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맞서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의 최근 발사 행위는 미국 등 관련국들의 말과 행동과 직접 관련돼 있다"면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무기 배치 등을 그 이유로 거론했다.
장 대사는 "미국 등은 군사훈련이 방어적 성격이라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국방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며 우리는 미국에 일방적인 긴장과 대립 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북한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대응해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며 "안보리는 무조건 (대북) 압박을 강조하기보다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반도 긴장 고조를 가리켜 "그 이유는 명백하다.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활용해 북한에 일방적인 군축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최근 진행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 등을 예시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 미국의 억지수단을 배치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평양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이 북한 주변에서 벌인 근시안적인 대립적 군사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이나 추가 제재에 관한 공개 논의 없이 종료됐다.
대신 서방 국가들은 안보리 회의장 밖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의 자체 장외성명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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