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년 전 답변 되풀이하자 "의무사항 거부" 지적
가해자 기소 및 처벌·사법구제 및 배상·피해자 폄하 규탄 등 3가지 권고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엔이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에 진척을 보이지 않은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시하고 피해자 보상과 가해자 처벌,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는 권고 의견을 재차 표명했다.
6일(현지시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CCPR·자유권규약)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일본의 자유권규약 이행 수준에 대한 심의를 종료한 위원회는 심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를 일으킨 가해자들이 형사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 방안이나 충분한 보상이 없었다는 게 이번 심의를 마친 위원회의 최종적인 판단이다.
위원회는 "이는 자유권규약에 근거할 때 계속되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일본 정부가 대처해야 할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3가지 권고 사항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
우선 위안부 문제를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통해 조사하고, 이용 가능한 모든 증거를 공개하는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기소와 유죄 판명 시 처벌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한국 및 다른 나라의 위안부 피해자 및 가족이 사법적 구제 수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충분한 배상을 하도록 할 것, 교과서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교육하고 피해자를 폄하하거나 사건을 부정하는 모든 시도를 규탄할 것 등을 함께 권고했다.
위원회는 2014년 권고 사항을 반복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14년 권고는 이번 권고 사항과 큰 틀에서 비슷하며 일본 정부가 당사국으로서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식 사과 권고도 유지된 셈이다.
위원회는 이번 심의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이 노력한 흔적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유감 표명과 권고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3∼14일 진행된 위원회 회의에서 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공식 사과 문제 등에 관한 진척 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2년 전 제출한 답변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당시 일본은 자유권규약이 발효한 1979년 이전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으며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뤄진 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답변서 내용과 동일한 것이었다.
진상 규명 활동이 이미 1990년대에 충분히 이뤄졌고 피해자 지원 성금에 출연한 점, 반성의 뜻을 담은 총리 서명의 서한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됐다는 점 등도 2년 전과 동일한 일본 정부의 답변이었다.
그러나 위원회가 이를 '진척 없는 상태'로 보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