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해고 날벼락'…트위터코리아도 감원 한파
유엔인권최고대표 "인권이 경영의 중심 돼야" 우려
7.99달러 '트위터 블루' 출시 공지했지만 서비스 '아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품에 안긴 지 1주일 만에 대혼돈에 휩싸였다.
'트위터 민원 핫라인 운영자'라는 공식 직함을 쓰는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가 마무리되자마자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 등 기존 경영진을 내쫓은 데 이어 지난 4일(현지시간) 단번에 전체 임직원의 절반을 일괄 해고했다.
제대로 된 사전통보도 없이 이메일로 짐을 싸라는 통보를 받은 트위터의 직원들은 분노와 좌절을 드러냈고, 남아 있는 직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머스크의 거침 없는 행보로 트위터 내의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면서 5일 이 회사 창업자와 유엔마저 잇따라 비판과 우려의 발언을 내놓았다.
혼란 와중에 트위터는 월 이용요금 7.99 달러인 유료상품 '트위터 블루'를 출시했다고 애플 iOS 앱 업데이트로 공지했으나, 정작 실제 서비스는 개시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7천500명 임직원 중 3천700명 해고 '칼바람'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파라그 아그라왈 최고경영자(CEO) 등 기존 경영진 전원과 기존 이사진 전원을 내보냈다.
이어 트위터 사측은 미국 시간으로 3일 밤에 임직원 전체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위터가 건강한 길을 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50% 감원 방침을 알리고 정리해고 대상 포함 여부는 다음날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예고가 없었던 셈이다.
시차로 인해 4일부터 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는 물론 서울의 한국지사를 포함한 세계 각지 트위터 사무실에서는 짐을 챙겨 나가려는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기존 임직원의 50%에 해당하는 3천700명이 해고 대상에 포함됐으며 이 중 980여명이 본사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회사 전산시스템 접근권을 즉각 박탈당했다. 대부분은 재택근무 도중이나 퇴근 후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트위터 직원들은 '#OneTeam'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으로 이번 정리해고에 대한 울분을 표현했다.
머스크는 해고를 단행한 4일 트윗에서 "회사가 하루에 400만 달러(56억 원)가 넘는 적자를 보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나가는 인원 전원에게 3개월치 급여가 제공됐는데 이는 법으로 요구되는 것(2개월치)보다 50%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 독선과 기행으로 내부 불만 고조
머스크는 인수 직후 며칠간 회사에서 '치프 트윗'(Chief Twit)이라는 직함을 쓰다가 지난 1일부터는 '트위터 민원 핫라인 운영자'라고 자칭하고 있다. 이는 공식 직함이다.
현재 머스크 체제에서 CEO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은 트위터에 존재하지 않으며, 머스크도 자신의 공식 직함을 밝히면서 "CEO는 누군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에서는 '테크노킹'(Technoking)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경영권을 장악한 후 "1주간 트위터 내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아는 것 같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위터 내의 분위기는 '머스크 유일 체제'가 들어선 이래 극도로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회사 인수 직후 향후 제품 개선에 대해 의견을 내고 농담도 했지만, 임직원 다수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엔지니어 마누 코넷(41)이 단적인 예이다. 구글에서 트위터로 작년에 이직한 그는 구글 재직 시절부터 회사 생활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려서 인기가 높았다.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머스크를 만났던 그는 트위터의 상황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려서 머스크에게 선물했다. 만화에는 트위터 로고를 닮은 새 모양의 작은 조각상을 어떤 사람이 잘못 건드려서 깨뜨리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이 "깨뜨리면 사야 돼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후 지난달 31일 하고 있던 일을 중단하고 새로운 업무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그는 다시 이틀 뒤인 이달 2일에는 그의 최근 행동이 복수의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자신이 회사 정책을 어떻게 위반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그는 해고당한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트위터 창업자, 임직원에 사과…유엔은 "인권 경영해야" 경고
이번 감원에 대해 트위터 창업자이자 전 CEO인 잭 도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5일 "많은 이들이 나에게 화났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왜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에 대해 내 책임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올해 5월까지 트위터 이사회에 몸 담은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밝힌 지난 4월 "회사로서 트위터의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내가 신뢰하는 유일한 해결책이 일론(머스크)"이라며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도시의 이번 책임 인정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지지했던 데 대한 사죄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도 글로벌 대기업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칼춤'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머스크를 향해 "당신이 이끄는 트위터에서 인권이 경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인권 관련 부서를 통째로 잘라내고 인공지능(AI) 윤리 관련 담당자 상당수를 해고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내 관점에서는 출발이 고무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절대론자'를 자처하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 혐오 발언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런 맥락에서 유엔인권최고대표의 이번 경고엔 거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지구촌에 미치는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머스크의 변덕스럽고 극단적인 성향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튀르크 대표는 이날 머스크에 전세계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차별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혐오 콘텐츠를 차단해줄 것 등도 당부했다.
◇ 유료상품 출시 공지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아직
회사가 어수선한 가운데, 머스크가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월 이용요금 7.99 달러짜리 유료 상품 '트위터 블루'는 출시가 공지됐지만 정작 실제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트위터가 대규모 감원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머스크가 바라는 기능 개선이 제 때 이뤄지기 힘든 여건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머스크는 5일 트윗을 잇따라 올려 '긴 글 첨부' 기능을 추가하고 검색기능을 개선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트위터는 곧 롱-폼 텍스트를 트윗에 첨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이런 기능이 없었던 탓에 트위터 이용자들이 노트패드의 스크린샷을 사진으로 달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트위터의 검색 기능이 1990년대 검색엔진 '인포시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점 역시 서둘러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처럼 트위터 인수 직후부터 여러 가지 기능 개선 아이디어를 공언하고 있지만, 그의 구상이 조속히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가 트위터를 넘겨받자마자 독선적 운영 방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기행을 일삼으면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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