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印尼 G20 주목…트럼프 출마 선언 직전 가능성도 거론
美 "계기 예측 어려워"…일각 "기술적 필요·北 내부 상황이 더 중요"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의 중간선거(11월 8일)가 7일(현지시간)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 감행 시점을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워싱턴DC 조야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미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평가해왔다.
그런 만큼 중간선거 당일에라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려고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북한 핵실험의 목적 중 하나라면 북한이 이번 중간선거라는 계기는 그냥 넘기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5월부터 계속 제기돼왔다.
당시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 계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실험 준비도 마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더욱이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끝난 직후에 ICBM을 발사하면서 다음 카드인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많았지만 핵실험은 없었다.
이후 미국의 메모리얼데이(5월 30일), 독립기념일(7월4일) 등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큰 시점으로 거론되다 8~9월부터는 중국의 당대회(10월 23일)가 끝나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진행되는 그 사이가 유력한 핵실험 도발 타이밍으로 관측돼왔다.
이는 이른바 '혈맹'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전략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택일 전략'을 쓸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지속하던 북한이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를 언급한 뒤 지난 3일 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도 고조됐다.
북한은 과거에도 도발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다가 ICBM 발사 후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도발에 나서는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시간으로 이미 8일이 되면서 북한 입장에서 중간선거를 겨냥한 핵실험 도발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선거 한복판에 핵실험을 해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부각하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는데, 그런 시기를 지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간선거 이후에 대외적인 명분의 계기를 찾아서 도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은 타이밍이 전부인데 선거가 임박한 이 시점에 핵실험을 해도 북한이 원하는 언론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보지만, 시점은 중간선거 이후 7일~10일 사이에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14일 출마선언을 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은 트럼프의 출마 선언 전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는 이달 중순이 북한의 핵실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12~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 15~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G20 정상회의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정상간 첫 대면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에 충격 효과를 극대화하길 원한다면 G20 정상회의를 그 시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그럴 경우 중국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며 새로운 비전을 품고 처음 외국 방문에 나선 길에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또 미국에 대해서도 이미 중간선거가 끝난 시점에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촉발하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긴다면 북한·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 기조가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핵실험 도발까지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적 측면에서의 도발 계기를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실험 자체가 정치·군사적 함의도 있지만 이미 6차례나 핵실험을 한 북한 입장에선 기술적 성능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할 수 있는 만큼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그 필요에 따라 할 것이란 의미다.
특히 전술핵으로 사용되는 소형 핵탄두 실험 필요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핵실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기술적인 필요성이 먼저이고 두 번째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타이밍"이라면서 "이제는 북한 입장에서는 딱히 정치적 계기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2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G20 정상회의 계기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밝혀왔다"면서도 "김정은이 어떤 계기로 도발을 할지 확실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한미가 북핵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전례 없는 고강도 대응을 예고한 것이 억지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미 양국은 당분간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을 단념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국제적 환경보다는 북한 국내적인 요소가 핵실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