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손자에 답변…'표현자유 옹호' 행보 지속
'흑색선전' 우파 "트위터가 이념 검열" 머스크 자극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브라질 극우인사들을 트위터에서 퇴출한 조처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머스크는 브라질 군사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독재자였던 주앙 피게이레두의 손자 파울루 피게이레두 필류가 전날 올린 트윗에 댓글을 달고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트위터 브라질은 지난달 30일 대선에서 '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당선인에게 패해 연임에 실패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지지자 다수를 트위터에서 퇴출했다.
이에 더해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된 우익 정치인 3명의 계정도 정지했는데, 브라질 보수성향 언론 '조벵 판'의 해설자로 활동 중인 피게이레두가 문제를 제기하자 오너로서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피게이레두는 "일론 머스크, 당신 회사가 브라질 국민의 표현자유 권리에 엄격한 이념 검열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에 있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우리는 당신이 정확히 이런 걸 위해 트위터를 인수했다고 생각했다. 검열을 즉각 해제하라"라고 말했다.
브라질 극우인사의 트위터 퇴출과 관련한 이번 논란은 대선 패배에 불만을 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로 브라질의 사회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이들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003∼2010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룰라 당선인에게 1.8%포인트 차로 패배하자 전국 주요 도로 수백 곳을 막고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대부분 지역의 통행이 정상화했지만, 지지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문민정권을 무너뜨리고 군사정권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브라질 대선이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으로 얼룩졌으며, 머스크를 상대로 트위터의 검열이 지나치다고 주장한 피게이레두가 일하는 조벵 판도 룰라 당선인과 관련한 거짓 정보를 내보내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계정이 정지된 우익 정치인 중 일부는 룰라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범죄와 마약을 장려하고 교회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인 3천700명을 해고하고 콘텐츠 정책 변경 등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중에는 '콘텐츠 관리위원회'를 구성, 퇴출 계정 복구 문제를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트위터는 폭넓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콘텐츠 관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사소하고 의심스러운 이유로 정지된 사람은 누구라도 트위터 감옥에서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옹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그 때문에 머스크가 인수한 거대 소셜미디어 트위터가 허위정보나 흑색선전의 온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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