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보고서…"부유층, 심각한 책임 외면"
"각국 정부, 억만장자 상대 규제·과세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억만장자 1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평범한 사람의 100만 배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7일(현지시간) '탄소 억만장자들: 세계 최고 부자들의 투자 배출가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 전 세계 억만장자 125명의 투자를 분석한 결과 억만장자들이 오염 산업 등에 대한 투자로 배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CO₂)는 1인당 평균 300만t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수준 하위 90%에 포함된 사람이 배출하는 연간 1인당 평균 배출량 2.76t보다 100만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옥스팜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최상위 부유층의 경우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0%가 투자로 인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은 억만장자들의 지분 총계는 전 세계 183개 회사, 2조4천억달러(약 3천330조원)에 이른다.
옥스팜의 기후변화 책임자인 나프코트 다비 씨는 "억만장자들은 전용기와 요트 등을 즐기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이미 실생활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수천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낸다"면서 "이들의 투자까지 들여다보면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일반인의 100만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수의 억만장자들에서 비롯된 '투자 배출가스'의 총합은 프랑스, 이집트,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 전체가 배출하는 것과 동등한 양"이라며 "전체 온실가스를 놓고 볼때 이들 부유층의 책임은 심각하고, 그 책임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기후 정책 입안 과정에서 좀처럼 논의되거나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조직 층위에서 최상단에 있는 이들 억만장자 투자자는 기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데 막대한 책임이 있지만, 그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책임을 면해왔다"며 "이런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기후총회에서 거대 기업들과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는 억만장자들이 지구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환경오염에서 어떻게 이득을 얻는지를 드러내고, 이들의 역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는 지난 6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은 화석 연료나 시멘트 제조와 같은 오염 산업에 자신들의 투자금액의 평균 14%를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한 사람은 조사 대상이 된 억만장자 가운데 단 1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이 된 억만장자들이 더 엄격한 환경적·사회적 기준을 갖춘 펀드로 투자를 옮기면, 투자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억만장자를 상대로 규제와 과세를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