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유권자 36% "물가 올라 살림에 상당한 압박"

입력 2022-11-08 11:29  

미국 중간선거 유권자 36% "물가 올라 살림에 상당한 압박"
모든 소득구간서 부담 느껴…주식시장까지 부진하면서 집권 민주당에 악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정치 판도를 결정할 중간선거가 7일(현지시간)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미국인들의 살림이 빠듯해지고 주식시장도 부진하면서 집권 민주당에 악재가 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2∼26일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 유권자 가운데 36%가 물가 상승으로 살림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를 5개 가계소득 분위로 나눠보면, 모든 분위 응답자들이 살림의 압박이 커졌다고 답했고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연 수입 6만달러 이하)의 경우 지난 3월 조사에서는 47%가 살림에 압박을 느낀다고 답한 데 비해 이번에는 똑같이 응답한 사람이 54%로 절반을 넘겼다.
중위소득 가정(연 7만800달러)을 포함하는 2분위(연 6만1∼10만달러)에서는 같은 답변이 3월 약 25%에서 10월 39%로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4분위(연 15만1∼20만 달러)에서는 3월 조사 때의 2배 가까이인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는 22%, 공화당과 부동층은 각각 46%, 49%가 물가 상승으로 살림에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인종 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던 비백인층의 인플레이션 부담(40%)이 백인(35%)보다 높게 나왔으며, 라틴계는 44%로 집계됐다.
실제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2% 올라 시장 전망을 웃돌았고, 특히 근원 CPI는 1982년 8월 이후 최대폭인 6.6% 상승했다.
광고분석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45만여 건의 방송광고에서 인플레이션이 언급됐고, 이 가운데 약 75%는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 측에서 광고비를 냈을 정도로 공화당은 물가 이슈를 부각하려 하고 있다.
한 민주당 소속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의 고전에 대해 "사람들에게 낮은 실업률이나 플러스 성장률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매주 활동하면서 어떠한 느낌을 받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소득 5분위인 한 회계사는 인플레이션으로 기저귀와 분유 가격 등도 올랐다면서 "이전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고, 버스 운전기사인 한 60대 유권자는 식료품 상점에 갈 때 계산기를 가져가 저렴한 상품을 산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인들이 퇴직연금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주식시장의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CNBC 방송이 전했다.
투자리서치업체 CFRA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1천22일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3.2% 상승했다.
이는 1953년 이후 집권한 대통령 13명의 같은 기간 해당 지수 상승률 가운데 9번째로 바이든보다 상승률이 낮은 대통령은 조지 W. 부시(-21.6%), 리처드 닉슨(-7.2%), 지미 카터(-2.6%), 린든 존슨(+9.6%) 4명뿐이었다.
최근의 경우 버락 오바마(+58.5%), 도널드 트럼프(+36.2%) 행정부 시기 모두 지금보다 주가 흐름이 좋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였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과 경제 반등 속에 S&P 500 지수가 27%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속에 주가가 약 20% 빠져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래 최악을 나타내고 있다.
CNBC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의 밋밋한 증시 상황은 이번 중간선거 유권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광범위한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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