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시장주의·충성파 양면, '1인 체제'서 어떻게 발현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창 상무위원이 경기 침체 극복이라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그가 총리에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요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 강달러 기조 속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 부동산 위기, 저성장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실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한 후 중국 당국이 초고강도 방역 정책을 지속하면서 툭하면 도시 봉쇄 조치를 하는 데 중국인들은 숨막혀 한다.
근래 정저우 폭스콘 노동자들의 집단 탈출에 이어 간쑤성 란저우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3세 아동이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숨지고,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에서 불안 장애를 겪던 55세 여성이 사망한 사건의 배경에는 '닥치고 방역'이 있다.
투기 단속을 목적으로 건설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수사가 부동산 위기를 몰고 왔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아파트 건설을 중단했고, 이는 수분양자들의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 거부로 이어졌다. 뒤늦게 중국 당국이 각종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 상태다.
중국의 10월 수출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을 포함해 수출과 소매 판매가 눈에 띄게 부진하다. 애초 중국 당국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를 설정했으나, 이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로 3.2%, 세계은행은 2.8%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리 상무위원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험대에 올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리 상무위원은 중국에서 보기 드문 '친(親)시장주의' 이력과 시주석 '충성파'라는 양면을 갖고 있다.
우선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 태생인 리 상무위원은, 베이징대의 금융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리커창 총리와는 달리 화려한 학력은 없지만, 현지 관료로서 친기업 행정과 외자 유치 활동을 하면서 친시장 실물경제를 익혔다.
그는 홍콩 이공대학에서 MBA를 취득해 학력을 보충하기도 했다.
그의 친시장 성향은 2007년 중국 금융 잡지인 차이신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건전성을 잘 나타내는 척도로 민간 부문이 활성화됐는지 여부라고 말한 데서 잘 나타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정치 전문가인 리청 연구원은 리 상무위원을 "시장 친화적인 유능한 경제 기술자"로 규정했다.
리 상무위원은 저장성에서 고위 관리로 재직하다가 2002∼2007년 저장성 성장에 이어 당서기로 재직한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이어 저장성 성장(2012∼2016년), 장쑤성 당서기(2016∼2017년), 상하이 당서기(2017∼2022년)를 거쳤다.
블룸버그는 그가 외국 자동차 기업의 단독 설립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설립 허가를 주도했는가 하면 상하이 첨단기술지구인 린강에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회사인 SMIC(중신궈지) 등을 끌어들인 데서도 친기업 성향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사실 리 상무위원이 자신의 성향대로 친시장 경제정책을 끌고 간다면 중국이 멀지 않은 시기에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리 상무위원이 시 주석 충성파라는 점이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리 상무위원의 친기업적 성향이 중국 당국의 최종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3월 말부터 2개월여 상하이 봉쇄 결정과 관련해 당시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는 그보다 훨씬 완화된 조처를 원했으나, 결국 봉쇄라는 상부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간 자신의 최측근인 류허 부총리에게 중요 경제 정책 결정을 맡기는 식으로 리커창 총리의 영역을 압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내년 3월 전인대에서 또 다른 측근인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 주임을 경제 분야 부총리로 임명하게 되면, 허리펑이 리창을 견제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어 중국 연구 부국장은 "총리로서의 리창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시진핑의 조언자이자 집행자일 것"이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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