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전체 사고의 31%가 낙반·붕괴…봉화 사고도 같은 양상
겉치레 안전점검 도마에…부족한 첨단화 수준, 인력부족 문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의 원인 규명에 시선이 쏠린 가운데 광물을 캐는 광산의 수는 줄어드는데 비해 광산 사고와 사상자는 작년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국내 광산 사고(재해) 통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봉화 광산처럼 가행(광물을 캐는 작업 중인) 광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325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광산 종류별로는 비금속(301곳)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이어 금속(20곳)과 석탄(4곳)이 뒤를 이었다.
광종별 분포도는 석회석(32%), 고령토(24%), 규석(7%) 등의 순이었다.
2012년 전국적으로 414곳이던 가행 광산은 2016년 362곳, 2019년 330곳, 지난해 325곳으로 감소세다.
광산 수 감소에 따라 근로자 수 또한 2012년 7천491명, 2016년 6천826명, 2019년 6천88명, 작년 5천590명으로 지속해서 감소 추세다.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광산에서 발생한 재해 건수와 사상자는 각각 376건, 40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광산 수와 광부의 감소로 함께 줄어드는 추세였던 광산 재해 사고와 사상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2∼2013년 50건대였던 광산 사고는 2014∼2019년 30건대 안팎으로 감소했고, 2020년 22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24건, 올해 9월까지 27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사상자 사고 또한 2012년 60건에서 2020년 23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24건, 올해 9월까지 29건으로 증가해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최근 약 11년 동안 광산 재해 유형에서 암석이 떨어지거나 갱도가 무너지는 낙반·붕락이 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운반(18%), 기계·전기(16%), 추락·전도(15%)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부터 광산 사고가 증가세로 전환된 가운데 이번에 발생한 봉화 광산 사고 또한 사고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낙반·붕락 사고였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고 방지 대책을 미연에 수립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일준 제2차관 주재로 한국광업협회 관계자, 광산안전위원회 민간 전문가 20명과 함께 '광산 안전관리 체계 긴급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
박 차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광산 사고로 근로자가 열흘 동안 구조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지금까지 구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를 포함한 사고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 광산 사고를 계기로 볼 때 광산 산업의 매우 미흡한 첨단화 수준, 인력 부족과 맞물린 겉치레 안전 점검, 폐쇄적인 근로 환경으로 안전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수갱 지하 190m 지점에 고립됐다가 사고 열흘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생환 광부 박정하 씨는 광산 안전 업무기관들이 겉핥기식 점검을 한다며 대통령실에 개선을 당부하기도 했다.
백경동 동부광산안전사무소장은 "사고 예방과 구조 매뉴얼은 다 마련돼있고, 절차에 따라 안전 점검을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광산 산업이 사양 산업이다 보니 오래된 도면의 현행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과 장비의 선진화·첨단화는 미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또 "우리 사무소에서 관리하는 광산만 작년 말 기준으로 약 170곳"이라면서 "사무소 직원은 소장을 포함해 8명뿐이라 더욱 촘촘한 안전 점검을 위해서는 인력을 보강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형식적인 점검을 비롯해 작업 현장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광부들이 제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폐쇄적인 근로 환경을 가진 광업의 특성상 안전상 문제에 대해 외부에 공익 제보를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이 사고 예방 기제가 작동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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